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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개도국 부채 위기 안 끝났다”…이자 비용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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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04. 13:25

WORLDBANK-DEBT/ <YONHAP NO-6518> (REUTERS)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메르카토 시장.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여전히 심각한 부채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2024년 4월 25일 촬영/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은행(WB)이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위기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등으로 금융 여건이 다소 풀리는 듯 보이지만, 개도국들이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국제 부채 보고서'를 통해 2024년 개발도상국들의 전체 이자 지불액이 4154억 달러(약 610조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더밋 길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 여건이 개선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개발도상국의 부채 상환 비용과 신규 조달 자금 간의 격차는 7410억 달러(약 1089조 원)로 벌어졌다. 개도국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빚을 갚기 위해 빠져나가는 돈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50년 만에 가장 큰 격차다.

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 축적이 "때로는 새롭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채권 시장이 다시 열리고는 있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채권 금리는 2020년 이전의 두 배 수준인 10%에 육박하고 있다. 저비용 자금 조달 옵션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신흥국이 국내 부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작년 기준 50개국에서 대외 부채보다 국내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세계은행은 이것이 현지 신용 시장의 발전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은행들이 민간 부문에 대출해 줄 자금을 정부가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를 일으키고, 만기가 짧아 재융자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빌려주는 양자 대출의 순유입액은 전년 대비 76% 급감한 45억 달러(6조 6141억 원)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최저 수준으로, 결국 개도국들은 더 비싼 민간 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한 압박 속에 가나·잠비아·스리랑카·우크라이나·에티오피아 등 신흥 시장들은 2024년에만 14년 만에 최고치인 약 900억 달러(132조 2820억 원)규모의 대외 부채 재조정을 단행했다.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의 54%가 이미 심각한 '부채 위기'에 빠져 있거나 그럴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입안자들은 서둘러 대외 부채 시장으로 복귀하기보다, 현재의 숨통이 트인 상황을 활용해 재정 상태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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