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유해남조류 급증 사례, 데이터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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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후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취·양수장시설 개선사업에 89억6000만원이 증액됐다. 기후부는 작년 이월 예산 264억원까지 합쳐 734억원 가량을 확보한 상태다. 또 취·양수장 개선과 관련 있는 대체 관정(우물관) 예산도 당초 정부안인 20억원에서 52억5000만원 증액돼 72억50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선 일대 낙동강 131개소, 영산강 25개소, 한강 18개소, 금강 6개소 등 총 180개소의 취·양수장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 보를 개방할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대체 관정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관리수위(가장 높은 수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4대강의 취·양수장 180곳을 최저수위에서도 취수할 수 있게 고치려면 모두 1조원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정부가 보 개방에 따른 수질 개선 효과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축적 없이 일단 취양수장 개선부터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후부가 지난 2018년 수문을 개방한 세종보 사례를 비춰보면, 수문을 연 후 남조류세포가 오히려 세 배 넘게 급증한 사례가 있다.
세종보는 지난 2017년 5월 수문을 개방하기 전 수량이 평균 570만톤(t)으로 저수율이 평균 100%를 넘었는데, 2018년 수문을 최대 개방한 이후 저수량은 97만t, 저수율은 17.2%로 줄어들어 유해 남조류 개체수가 ㎖당 2018년 8월 6일 기준 1만7185마리까지 급증했다. 2016년 환경부 조류측정 자료에서 세종보의 유해 남조류 개체수는 6월까지 발견되지 않다가 8월 평균 1953마리로 집계됐고, 2017년에는 7월까지 발견되지 않다가 8월 평균 3000여마리가 측정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2018년은 6월부터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는데, 오히려 같은 해 6월 평균 수온(17.4도)은 2017년 6월 평균 수온(20도)보다 더 낮았음에도 더 빨리 남조류가 생식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녹조의 원인인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등 유기물 및 영양물질은 보 개방의 영향뿐만 아니라 비가 많이 오면 희석돼 개선되기 때문에, 강수량,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 기온 등 외부 조건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야 함에도 생태계 회복과 수질 개선을 명목으로 당시 기후부가 무리하게 보 개방을 추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수량을 줄여 오히려 높은 기온에서 녹조를 되레 심화시키는 환경을 국민의 혈세를 들여 조성했다는 얘기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국의 먹는 물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배수 정화 기능 차원에서도 보가 필요하다"며 "보를 활용해 하수가 유입되는 지역(혼합 수역)에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면 희석 및 침강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하수 처리수에서 나오는 난분해성 유기물, 염소 소독 부산물, 미세플라스틱 등은 생태계에 유해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수 처리장 방류수 혼합 수역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암수한몸' 물고기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수처리장이나 산업폐수가 하천에 유입되는 지점 주변 지역의 오염물질 농도가 높기 때문에, 이 지역에 충분한 양의 물을 채워 오염물질을 빠르게 희석시켜야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 개방에 따른 생태계 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보로 인한 충분한 수량 확보가 다양한 어종 서식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강의 생태계가 건강하려면 물이 꽉 차 있는 곳, 졸졸 흐르는 곳 등 서식처가 다양해야 생물 종이 다양해지고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며 "(수위 저하로 본류가 지천화되면) 이 다양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큰 강에는 물이 차야 생물종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일례로 팔당댐이 1973년 완공 후 어류 종이 기존 9과 31종에서 15과 45종으로 45%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