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와는 거리 멀어
거리 텅텅 비면서 애물단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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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중국 유력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베이징에서 1시간 거리인 허베이성 바오딩(保定) 동부 지역에 소재한 슝안신구는 한때 대단한 화제를 몰고온 뉴스메이커였다고 할 수 있었다. 하기야 실리콘밸리와 스마트 시티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됐으니 정말 그럴 만도 했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평생 남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도 크게 어필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슝안신구의 인프라 건설에만 최소 2조 위안(元·416조 원)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부대 경비 투자가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것보다 많다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 현실을 증명해주듯 현재 슝안신구의 외관은 정말 엄청나다. 무엇보다 도시의 전체적 외관이 실리콘밸리와 비교해도 진짜 손색이 없다. 스마트 시티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는 아예 경악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자녀들의 각종 학교 등원 시간이 평균 15분에 맞춰져 있을 정도이다.
곧 베이징에 소재한 중앙기업과 대학, 병원들이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 역시 거론해야 한다. 실제로도 일부는 이미 이전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 깊숙하게 들어가면 얘기는 확 달라지게 된다. 당초 예정됐던 인프라의 95% 전후가 완공되거나 갖춰졌음에도 도심은 영 한산하기만 하다. 아니 텅 비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슝안신구 전체의 모습이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한다. 등록된 공식 인구가 무려 120만 명에 이르는데도 공동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도심이 이처럼 한산한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실제로 이전을 단행한 베이징 및 주변 도시 주민들의 수와 등록 인구의 차이가 상당히 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의문이 들어야 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베이징 등에서 슝안신구에까지 촘촘하게 이어져야 할 교통망의 부재가 아닌가 보인다. 이에 대해 올해 슝안신구에 거주 등록을 한 베이징 시민 차오지룽(曹吉龍) 씨는 "슝안신구에 들어가면 마치 섬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도 그래서 한달을 살아보고 다시 베이징 귀환을 결정했다"면서 슝안신구의 약점을 솔직하게 거론하기도 했다.
언제 회복될지 모를 부동산 거품의 붕괴,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 경제 침체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이런 난제들이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슝안신구가 직면한 딜레마가 중국 경제의 늪이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은 이로 볼 때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