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 추진에
"어용단체 될 것… 법치주의 근간 훼손"
법관 징계 강화엔 "사법 정치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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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체계의 뼈대를 이루는 헌법은 사법행정과 법관 인사라는 핵심 권한을 사법부 내부, 그중에서도 대법원에 부여함으로써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다. 여당의 법원행정처 폐지 등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목적으로 한 사법개혁안은 이 같은 헌법 질서와 원칙을 뛰어넘는 '초헌법적'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법부의 독립적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 인사를 투입하는 구조 개편 역시 '사법의 정치화'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25일 입법공청회를 열고, 법원행정처 폐지, 퇴직 대법관의 사건 수임을 5년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법행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사법행정의 컨트롤타워'인 법원행정처의 폐지다. 현재 법관 중심인 행정처 대신 장관급 위원장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법행정위원회는 법원의 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 처리에 관한 전반을 심의·의결한다. 사법행정의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게 여당의 취지다.
그러나 사법행정 권한은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다. 법관이 외부 권력 아래 보직이나 예산 문제로 휘둘린다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외부 인사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 역시 정치 개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위원회는 어용단체(독립적인 시민·사회 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나 기업 등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될 것"이라며 "자의적 사법행정으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사법행정권의 수장은 대법원장"이라며 "이 권한을 입법권으로 뺏는 것은 정면 위헌"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발표한 법관 징계 강화와 감찰제도 개편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여당은 법관 징계 최고수위를 정직 1년에서 2년으로 상향하고, 법관 4명, 외부 인사 3명으로 이뤄진 현행 법관징계위원회 구성을 법관 3명, 외부 인사 4명으로 변경한다. 외부 인사의 비중이 더 높아지면, 징계와 감찰이 법원 내부의 자율 통제기능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압력에 민감한 구조로 바뀔 수 있다. 기존 윤리감사관을 감찰관으로 변경하며 법원 출신을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사회의 기능 확대 역시 사법의 정치화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자문기구인 판사회의에 심의·의결 권한을 부여하면 판사회의가 일종의 '정치적 의제 결정기구'로 변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도 이미 상당수의 법관 대표가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판사들로 포진돼 있다"며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을 압도하면서 오히려 개별 판사의 독립적 판단은 더 위축될 수 있다. 특히 법원장 후보 선출까지 판사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는 구상은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조직 정치가 강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퇴직 대법관의 5년간 수임 제한 역시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위헌 논란이 있다. 추상적 위험만으로 장기간 수임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다른 판검사와 달리 대법관만 5년이라는 별도 규제를 두는 것은 '정치적 배제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차 교수는 "과도한 수임 제한과 개업 금지는 명백한 위헌 법률이다. 정부·여당은 본인들이 헌법 위에 있다고 보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입법권으로 위헌 법률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냐. 어떤 국가 권력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헌법을 무시하는 정부는 독재"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