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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동성애 선전 금지’ 법안 추진…국제사회 강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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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승인 : 2025. 11. 25. 13:43

하원 “동성애 금지 아냐…청소년 보호 규제” 해명에도 국제 인권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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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서 열렸던 페미니즘 신장 요구 집회. 당시 알마타시는 여성권리를 위한 페미니즘 집회를 중앙아시아 최초로 허가했다. /집회 주최측
카자흐스탄이 최근 '비전통적 성적 지향(LGBT) 선전 금지' 조항을 담은 법안 추진으로 국내외 논란이 커지자, 하원이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선전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카자흐스탄 현지 매체 인폼지에 따르면 마질리스(하원)는 24일(현지시간) 동성애 '선전 금지' 조항을 포함한 법률 개정안을 2차 심의 후 통과시켰다. 논란이 된 개정안은 미디어·공공장소·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비전통적 성적 지향을 홍보하거나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되고 반복될 경우 최대 10일간 구금될 수 있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에딜 잔비르신 의원은 "동성애자 개인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미나, 상징물, 콘텐츠 등을 통해 청소년에게 특정 성적 지향을 유도하는 선전 행위를 규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영화·출판물·온라인 콘텐츠 등에서 관련 묘사가 있을 경우, 필요에 따라 18세 미만 관람·열람 제한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유럽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기구는 공동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선전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 차별금지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조항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제도적으로 강화할 위험이 있으며, "카자흐스탄이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해온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집권 이후 카자흐스탄은 세속주의 강화를 국정 기조로 삼아 사회 개혁을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양성평등 집회를 공식 허용했고, 지난해에는 히잡·부르카 등 특정 종교적 복장의 강제를 제한하는 이른바 '히잡금지법'을 도입하며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성소수자 이슈만큼은 보수적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카자흐스탄은 1990년대 동성애를 비범죄화했지만 차별금지법 도입은 진전이 없었고, 2024년에는 미성년자 보호를 이유로 성소수자 관련 웹사이트 접근을 차단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 역시 별도 입법이 아닌 아카이브 법 수정 과정에 '끼워 넣기' 방식으로 포함돼 절차적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러시아·헝가리의 'LGBT 선전 금지법'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법안은 상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확정될 경우 미디어·출판·온라인 등 카자흐스탄 전반의 정보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동시에 국제 인권기구와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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