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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분리교섭’ 가능… 노동계 “노란봉투법 취지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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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11. 24. 17:48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판단기준·매뉴얼도 연내 확정 계획
노동계 "오히려 교섭권 약화 조치"
노동부 장관 "합리적 방안 적극반영"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개정 노조법 하위법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정부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원청과 하청노조의 교섭 범위를 업무·근로조건 차이에 따라 구분해 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교섭 체계를 손보겠다는 취지지만, 노동계는 오히려 교섭권을 약화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사용자성 확대로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은 가능해지지만, 구체적 절차가 정비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크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정부는 9월부터 경영계·노동계·전문가가 참여하는 '현장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교섭 절차, 사용자성 판단 기준, 노동쟁의 범위 등에 대한 보완 지침을 논의해 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노동위원회가 교섭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 판단할 기준을 세분화해 명문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근로조건 등 추상적 기준만 존재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노조 조직범위, 기존 교섭 관행, 이익대표의 적절성, 노조 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 의사 등이 구체적 기준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노동위원회가 현장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교섭 대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교섭 방식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의 자율 합의를 우선한다. 합의가 이뤄지면 공동교섭단 구성이나 교섭 방식 조정 등 다양한 형태의 자율적 틀을 허용한다. 다만 합의가 없을 경우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적용하고,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직무·업무 특성에 따라 하청을 개별 또는 유사 집단 단위로 구분해 교섭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각 단위는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게 된다.

또 교섭 요구 공고 누락 등 시정신청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결정 기한을 기존 10일에서 최대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해당 범위에서 교섭에 응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을 회피할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와 부당노동행위 사법 처리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 노동쟁의 범위, 원·하청 교섭 절차 등을 담은 지침·매뉴얼도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사용자성 지침에는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판단 기준과 예시 사례가 포함되며, 노동쟁의 범위 지침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해석 기준이 제시된다. 교섭 절차 매뉴얼은 교섭단위 구분·단일화 등 전체 절차를 상세히 안내한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란봉투법 취지를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게 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시행령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원청과의 1차 창구 단일화, 하청노조 간 2차 단일화가 필요한 구조"라며 "노동자가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법원을 전전하게 되고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하청 교섭단위 분리가 법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있다면 입법예고 기간 중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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