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대로] 강남 요지 서울교대에 소셜믹스 아파트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2401001235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11. 24. 17:39

20251102010000348_1762124741_1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서울대는 1975년부터 현재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캠퍼스로 이전을 시작했다. 명분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과대를 통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의 발전 기틀을 다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명분과 달랐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기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 시위가 끊이지 않자, 대학 시위를 이끄는 서울대를 아예 관악산자락 속에 가둬두자는 정치적 판단이 서울대 이전으로 이어졌다는 게 통설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아니지만, 당시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한두 번쯤 들었을 게다. 대학 이전에 정치적 이유가 개입된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50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값 급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강남발 부동산값 급등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대적으로 늘렸다. 대출규제 등 부동산가격 억제를 위한 전통적인 수단이 다 동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新)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당연히 서울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외곽지역의 아파트값은 강남에 비해 10~20% 수준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그래서 강남지역과 아파트값이 낮은 지역에 대한 부동산정책에 차별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초구 반포의 신축 아파트의 경우 평당 가격이 2억원에 근접하고 있지만, 서울 외곽은 평당 2000만원에 미달되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GTX가 들어간 경기도 파주에 몇 년 전 아파트를 산 지인은 지금은 가격이 훨씬 떨어졌고 거래도 안 된다고 푸념하고 있다. 자신과 동네 지인 모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중심지 아파트를 바라볼 때마다 허탈감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당연히 공급 부족 때문이다.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하는 매수세는 강한데 공급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CEO월드매거진이 발표한 '세계 도시 부(富) 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1조4200억 달러(2080조원)로 5위를 차지해 프랑스 파리 수도권(6위)을 제쳤다. CEO월드매거진은 "서울의 급부상은 한국의 기술·전자·디지털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에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면서 서울이 세계적 부자 도시가 되고 있다. 자연적으로 대기업 종사자 등의 주택 구매력도 상승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호황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나 사업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반해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아파트값 급등이라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 신규 공급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고밀도로 개발된 부동산 견인 지역의 신규 공급은 요원하다.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자니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수 있어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서울 외곽지역 빈 땅을 기반으로 한 주택 공급뿐일 정도다. 그렇지만 속도가 늦어도 한참 늦다. 서울 도심 아파트값 상승 압력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10·15부동산대책 후 부동산시장은 전세 급등 등 더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서울 도심 이외의 주택공급으로는 부동산값 급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세금과 금융 수단은 잠시의 효과가 있을 뿐 공급이 부족하면 부동산 대책은 물거품이 된다. 결론적으로 핵심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공공시설, 정부 소유의 토지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는 한 공급은 물거품이다.

그래서 서울 서초동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인접 서울교대에 소셜믹스를 감안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다. 여유계층과 청년이 한데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소셜믹스 아파트 말이다. 2만6110평 규모의 서울교대에 아파트를 지으면 강남 요지의 신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아파트값 급등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가 정치적 이유로 캠퍼스를 옮겼다면 이제는 경제적 이유로 서울교대의 이전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물론 서울교대 재학생 및 졸업생, 교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해 당사자와 정부, 국민 모두가 먼 미래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청년세대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 후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서울교대 말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정부 소유 건물이나 토지를 개발해 주거 공간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된다. 그러나 형편은 여의치 않다. 서울교대를 국립대법인 서울대나 서울 유일의 국립종합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로 이전하면 강남권 주택 공급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두 대학 모두 서울교대를 포용하기에 면적이 충분하다.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층을 자주 접하고, 강남발 집값 불안이 고착화하는 걸 보면서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정부는 지금 뭘 하고 있나. 더 열심히 뛰어라.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