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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은 9살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반도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비디오게임 전용 보드인 GPU를 개발하며 30세이던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GPU는 비디오게임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화면상의 픽셀 색상 표현을 동시에 계산하는 시스템으로 개발한 건데 이 기술이 인공지능의 연산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면서 엄청난 매출로 이어졌고 'AI 시대의 필수 제품'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AI 분야의 최고 리더 기업이자 모든 국가, 기업들이 투자해 주기를 바라는 꿈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의도적 이벤트를 연출했다면 그가 가진 비전을 실현하는 데 우리가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의 꿈은 무엇일까.
젠슨 황은 2025년 CES 기조 연설 무대에 총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올랐다. 그 자리에서 로봇 개발과 학습을 위한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휴머노이드가 엔비디아의 미래라고 외쳤고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까지 팔 계획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지분 1%면 70조원이고, 10%면 무려 700조원, 대한민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우리나라 올해 과학기술 R&D 총예산이 35조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이 돈이 얼마나 큰 자본인지 실감할 수 있다.
피지컬 AI는 제품 제조능력과 AI가 결합되는 AI 산업의 꽃이다. 그가 선택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꿈꾸는 거의 모든 시스템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기업이다. 물론 TSMC가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으로 신규칩 개발은 2년 후에나 보자는 회사에 다급한 미래를 맡기기는 어렵다. 삼성은 반도체뿐 아니라 제품 제조 라인까지 보유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 가전 1위, 디스플레이 1위 기업과 AI 시대를 여는 제품라인업을 협업하는 것은 드리머에게 즐거운 컬레버다. 현대자동차는 더욱 매력적이다. 세계 3대 휴머노이드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회사까지 이미 가동 중이니 휴머노이드 테스트에도 부족함이 없다. 젠슨 황 입장이라면 까칠한 일론 머스크와 협상하기보다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고 조금 더 편한 상대인 막내(?) 정의선 회장을 선택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깐부 3명이 모이면 개인이 소지하는 제품과 집에 있는 모든 제품, 그리고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엔비디아의 시스템 인프라를 중심으로 모두 구현해 볼 수 있다. 젠슨 황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줄 최적의 깐부들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더 경쟁력 있는 중국의 제조기업과 협업을 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명확하다. 미·중은 현재 패권 전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지컬 AI를 중국과 협업한다면 미국 내 판매는 불가능하다.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차는 전쟁 발발 시 적국의 군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미국이나 서방 동맹국들이 감수하면서 중국과 협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미·중 패권 대결이 유지되는 한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리나라 피지컬 AI 분야에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AI 혁명기에 하늘이 내려주신 천재일우의 기회다.
한국은 메모리와 센서·로봇 하드웨어는 세계적 수준이나, AI 소프트웨어와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생태계는 아직 약점이다. 피지컬 AI 생태계도 취약하고 규제도 너무나 많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 속도도 느리다는 평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제적 투자와 실증 실험,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 축적이다. 우리에게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젠슨 황이 증명해 줬다. 이제는 그가 믿어준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엔비디아가 우리 손을 잡아준다면 세계 모든 기업들이 동참해 줄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재계가 한마음으로 뭉쳐 다 함께 AI 레벨업을 시작할 때다. 지난 30년간 미쳤다는 꿈을 가장 많이 현실로 만든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젠슨 황도 그걸 기대하는 중이다. 치킨 먹는 것 따라 할 때가 아니다. 세계가 놀랄 담대한 도전을 다시 시작할 때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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