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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4000 시대’…시장의 버팀목은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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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11.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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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박주연_증명
"코스피 5000 시대", "7000 간다", "중장기 7500 가능."

한국 증시에는 연일 화려한 전망이 쏟아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은 굵직한 변수에도 상승 흐름을 유지했고,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재평가(Re-rating)' 기대까지 끌어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활성화 기조, 외국인 순매수 등이 지수를 밀어 올린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수의 외형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코스피는 3800~4000선에서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4042.83으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이달 들어서는 40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한 끝에 21일에는 하루 만에 3.79% 급락하며 3853.26까지 밀렸다. 연초 대비 60% 넘게 오른 시장이지만, '4000 시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체력이 충분한지는 여전히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확대는 더욱 두드러진다. 연초 15조원 규모였던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26조원대로 늘었고, 예탁담보융자까지 포함하면 개인의 레버리지 노출은 사상 최고치에 이른다. 지수가 실질적 체력으로 오른 것인지, 빚이 상승을 끌어올린 것인지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이다.

물론 레버리지 자체가 위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신용 증가세는 실적 개선이나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 '계획된 레버리지'라기보다 단기 흐름을 좇는 추격 매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앞설 때,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 대목이다.

최근 상승장이 외국인 수급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지수가 안정적으로 받쳐지지만, AI 밸류에이션 조정, 미국 금리 정책, 지정학 변수 등 대내외 환경에 따라 외국인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조정이 나타날 때 개인이 '저점 매수'로 접근하며 레버리지를 늘리는 패턴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단초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여전히 더 큰 숫자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에는 4500~7500이 언급되고, 정치권에서도 '코스피 5000 시대'가 강조된다.

지수는 오르고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현재의 레버리지 증가 속도와 변동성 수준을 고려하면, 시장이 감수해야 할 위험은 결코 적지 않다. 레버리지 확대 속 취약한 고리가 없는지,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는지, 정책은 과열을 제어할 충분한 여지를 확보하고 있는지 지금 시점에서 점검이 필요한 과제다.

개인투자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장의 속도와 무관하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흐름에 휩쓸린 매매가 아니라 변동 구간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원칙을 갖추는 일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을 지켜내는 힘은 결국 각자의 판단과 규율에서 나온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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