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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 휴전 발판 삼아 ‘인도네시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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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02. 10:26

Trump Mideast Wars Gaza <YONHAP NO-1163> (AP)
지난달 13일 이집트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 지원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불안정한 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외교 유산인 '아브라함 협정'을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까지 확장시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네시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아시아 방문 중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영구 종식 시키려는 자신의 노력을 지지해 온 지역 동맹국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가자지구 평화 중재 노력을 언급할 땐 유독 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했는데 바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다. 그는 프라보워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 칭하며 "놀라운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 중동에 진정 새로운 날이 왔다"고 치켜 세웠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지구의 영구 평화 협정이 성사될 경우, 이슬람의 발상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인도네시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임기 중이었던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 아랍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전면 정상화(수교)한 사건인데 수십 년간 중동 정치를 지배해 온 '팔레스타인 문제 우선 해결' 원칙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이제 2기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성공 모델'을 이슬람의 발상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인 인도네시아로 확장시키려 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프라보워 대통령을 움직일 강력한 '당근'을 쥐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 중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결정적이다. 전 세계 니켈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산업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 역시 인도네시아에게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프라보워 대통령 역시 트럼프의 '거래'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그는 휴전 협상 과정에서 가자지구에 유엔 평화유지군 2만 명 파병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며, 중동 문제의 방관자가 아닌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신호는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이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촉구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의 안전과 안보를 인정하고 보장할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는 과거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에게서는 듣기 어려웠던 발언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미묘하지만 분명한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 앞에는 '팔레스타인 독립'이라는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 놓여있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건국 이념과 직결되는 국내 여론이다.

인도네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관련된 어떤 비전이든,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주권 인정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독립 투쟁의 역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건국 이래 '반(反)식민주의' 기치 아래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디나 술래만 반둥 파자자란 대학 교수는 "만약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상화하려 한다면, 수십 년간 쌓아온 인도네시아 정부의 (반식민주의 지도국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는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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