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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교 밖 청소년에게 문턱 낮추다…‘대화형 경찰’ 만든 추효빈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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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0. 28. 18:30

직접 듣는 '사건후일담'
QR 기반 상담채널 만들어 경찰청장 표창
학교 밖 학생까지 관리 가능 시스템 구축
"딱딱한 경찰이 아닌 말 걸수 있는 경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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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효빈 경장. /노원경찰서
서울 노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추효빈 경장은 지난 5월 온라인 기반의 QR(바코드)로 온라인 소통창구 '청경톡(청소년 경찰학교 상담소)'을 만들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이 공로로 11월 19일 경찰청장 표창까지 받는다.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 조기 발굴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청경톡'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인식하면 경찰과 바로 연결돼 가벼운 고민 상담은 물론 학교폭력 피해 제보까지 할 수 있다. 기존 117 신고(학교 폭력 관련)보다 문턱이 낮아 청소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큰 특징이다. 이런 추 경장에 대해 동료들은 '청미녀(청소년 경찰학교에 미친 여자)'라고 부른다.

-경찰청장 표창을 받는다.
"올해는 정말 '청미녀'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큼 모든 시간을 이 일에 쏟았다. 처음 맡은 업무였지만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낡은 공간을 하나씩 고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며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이번 표창은 그런 진심이 전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청경톡을 개발한 계기는.
"117 신고센터가 있긴 하지만 너무 공식적이고 무겁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진짜 심각할 때만 누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더 가볍게,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QR코드 하나로 고민이나 신고를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훨씬 쉽게 다가올 거라 생각했다."

-어떤 내용이 주로 접수되나.
"단순히 학교폭력 신고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고민이나 진로 상담, 건의사항까지 다양하게 들어온다. '친구가 자꾸 무시해요', '학교생활이 힘들어요' 같은 가벼운 사연도 많다. 이런 대화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청경톡을 통해 알게 된 학교 밖 청소년의 사례다. 피해자는 친척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껴 청소년 성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보호망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를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는 게 청경톡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학교폭력은 훨씬 교묘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스타그램 단체 DM을 이용해 따돌리거나 익명 계정을 만들어 비하·모욕 글을 올리는 식이다. 예전처럼 직접 부딪치지 않고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를 공격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딥페이크 영상이나 '지인 능욕' 같은 성적 범죄도 점점 늘고 있다. 아이들은 이게 범죄라는 걸 모른 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경찰이 딱딱한 존재로만 남아 있으면 아이들은 끝내 말하지 않는다. QR 하나가 '말해도 되는 곳'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변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네 얘기 들어줄게'라고 먼저 손 내미는 경찰, 청소년이 먼저 찾는 경찰이 되고 싶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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