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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Mimesis)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예술의 본질을 재현한다는 개념이다. 서울시무용단은 이 철학을 빌려 전통춤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움직임, 그 근원적 에너지를 무대에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전통춤의 스펙트럼을 총망라했다는 점이다. 윤 단장은 "우리 전통춤에는 왕부터 농부까지 다양한 계급과 직업군이 춤의 주체로 존재한다"며 "각 춤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안무를 구성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고, 음악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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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콘셉트 또한 파격적이다. 전통 오방색 대신 물, 바위, 꽃 등 자연에서 직접 추출한 색을 의상에 담아냈다. 김지원 ㈜모리노리 대표는 "우리나라 산천초목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했다"며 "예를 들어 교방무에서는 심해의 깊은 색과 파도가 일렁이는 색을 합친 하얀 저고리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장신구 디자인도 전문 스타일리스트 최다희가 참여해 전통한복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가채를 변형한 시스루 헤드피스, 박쥐 문양이 들어간 한량무 갓,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소고춤 고깔 등이 무대를 장식한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무용수 기무간도 객원으로 참여한다. 그는 신라 화랑의 장검무와 태평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메시스'는 독특하게도 전체 무용수를 A팀과 B팀으로 나눠 공연한다. 특정 주연만 더블캐스팅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전 출연진이 바뀌는 구성이다. 같은 춤이라도 춤추는 사람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는 전통춤의 특성을 살린 선택이다. 이번 공연은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