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당국 규제에도 中 가격 인하 경쟁 치열, 경제에는 독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13010002755

글자크기

닫기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0. 13. 14:23

현재 中 경제 디플레이션 상황
소비자들 소비 여력 태부족
파산 일상화와 출혈 경쟁 심화
가격 도살자, 배추 아파트 유행어 심각
clip20251013141722
중국 경제가 출혈 가격 인하 경쟁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한 매체의 만평. 전체 경제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신징바오.
거의 모든 산업에 걸친 중국의 가격 인하 경쟁이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때 올해 하반기부터 심각한 침체 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될 것으로 보이나 브레이크는 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 경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하의 물가 하락)이라는 단어를 전국 곳곳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거의 매일 입에 올리고 있다면 굳이 더 이상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직장 생활 20년 가까이 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 간혹 체불되는 임금은 수년째 늘지 않았는데 돈 들어가는 곳은 너무 많다"면서 고충을 토로하는 베이징 시민 류위안샹(劉元相) 씨의 말처럼 소비자들의 주머니도 얄팍하기만 하다. 돈을 쓰고 싶어도 여력이 전혀 없다. 완전 설상가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가격 인하 경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이로 인해 한때 잘 나가다 도산한 요식업체들이 지난 2년 동안 700만 개에 가까웠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대만의 딩다이펑(鼎泰豊) 체인, 미슐렝 원스타의 위용을 과시했던 베이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페라 봄바나'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전국 요식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은 그칠줄 모르고 있다. 네이쥐안(內卷·출혈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말이 이제는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유행어 중 하나가 된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더욱 기가 막힌다. 우선 중국 내외의 자동차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는 BYD(비야디比亞迪)의 행보를 대표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최근 전기자동차 친(秦) 모델의 가격을 최저 6만9800 위안(元·1400만 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베이징 최고 번화가인 창안제(長安街)에 늘어선 자동차 판매 대리점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고객들의 발걸음 탓에 반짝 호황을 누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BYD가 이렇게 나오니 다른 브랜드들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경쟁적으로 BYD와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BYD가 동종업계로부터 '가격 도살자', '가격 파괴자' 등의 별명으로 불리면서 비난을 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과 명풍 시장에도 '가격 도살자'들은 속속 출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예컨대 전국 곳곳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형 신축 아파트 한 채 값이 고작 1만 위안(200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매물로 나오는 것이 거의 일상이 되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이 '배추 주택'이나 '양파 아파트'라는 자조의 목소리를 입에 올릴 만하지 않나 싶다.

중국 당국은 네이쥐안 현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전체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최근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별로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