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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원 방정식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향후 행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현재의 기후부는 수십년 동안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가 하루아침에 산에 올라가 멧돼지를 바로 사냥해야 하는 이질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만큼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부처의 이름처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정책들을 아우르면서, 성장과 보존이라는 양극단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부를 보는 세간의 관심은 '너무나 다른 방향성을 내포한 가치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커 보인다. 김 장관이 전력수급 현장을 점검하며 에너지 컨트롤타워로서의 의지를 피력한 것에 대해 업계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후부의 향후 정책 방향이 재생에너지에 너무 차중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김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탈탄소 로드맵, 재생에너지 확대, 그린산업 육성 등이다. 전반적으로 기존 에너지 정책과는 배치되는 내용들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기후부의 역할은 단순히 두 정책을 합치는 것을 넘어,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다. 또한 기존의 간과했던 문제점, 현실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한 예로 환경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은 그 자체로 딜레마다.이는 재생에너지의 친환경적 가치가 '에너지원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한계때문이다. 태양광의 환경 훼손 전력, 해상풍력의 어업 피해 및 생태계 교란 가능성,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이차전지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 부담 등이 그 방증이다.
김 장관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단기적인 에너지 공급 안정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훼손 없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규제와 진흥의 이분법을 깨고, 탄소 감축 노력이 곧 기업의 이익이 되는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정책적 접근도 고려해야 한다. 책상 위 보고서 상에 있는 문제점보다 현장에서 발현되는 문제가 더 크고 명확하다는 점을 인식해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발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상충되는 사안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기후부의 성패는 충돌하는 가치들 속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환경과 에너지를 융합의 관점에서 다루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창의적인 전략과 세밀한 리더십에 달려 있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행동만이 이 딜레마를 현답으로 이끌 수 있다. 고대 철학자들은 딜레마 자체를 벗어나는 방법보다,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어떤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아왔다. 이를 기억한다면 김 장관도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