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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날 아프가니스탄과의 교전 이후 즉각 아프가니스탄과의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양국 관계는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9일, 파키스탄이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내 공습이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과 팍티카주 시장 등이 폭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파키스탄 보안 소식통을 통해 이 공습이 아프간에 은신 중인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수장인 누르 왈리 메수드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공습에 격분한 탈레반은 11일 밤 10시경, "성공적인 보복 공격"을 선언하면서 파키스탄 국경의 여러 초소를 동시에 공격했다. 탈레반은 이 공격으로 파키스탄군 초소 25개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으며 파키스탄 역시 자국군이 아프간 측 초소 21개를 일시적으로 점령하고 여러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를 무력화시켰다고 맞받아쳤다.
이번 교전으로 인한 사상자 규모는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파키스탄 군은 성명에서 자국군 23명이 전사했고 교전 과정에서 탈레반 및 연계 테러리스트 2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 측 사망자는 9명에 불과하며 파키스탄 군인 58명을 사살하고 3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채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유혈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은 파키스탄의 '숙적'인 파키스탄 탈레반(TTP) 문제다. 2021년 아프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이들과 이념적으로 연계된 TTP는 아프가니스탄을 근거지로 삼아 파키스탄 내에서 테러 공격을 급격히 늘려왔다. 파키스탄 분쟁안보연구소(CRSS)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파키스탄 내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2400명을 넘어섰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탈레반이 TTP를 의도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며 양국 간의 불신은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TTP 문제가 양국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도의 행보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번 충돌은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이 인도를 방문해 양국 관계 격상을 발표한 시점과 맞물렸다. 파키스탄 군은 성명에서 이번 충돌의 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인도를 "이 지역 테러리즘의 가장 큰 후원자"라고 비난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이란·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주변국들은 즉각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재래식 군사력 한계와 양국의 내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TTP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경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