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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속 가능한 디지털 보험을 위한 과제: 작동하는 구조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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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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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희 보험연구원 실장
디지털 보험 전업사는 안정을 중시하고 변화가 더딘 보험산업에서 디지털 혁신의 촉발을 위한 일종의 '메기 만들기' 전략 중 하나였다. 당국은 통신판매전문보험사의 디지털 채널과 이들이 판매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보험상품을 통해 보험시장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자 했다. 2013년 이후 이렇게 태어난 3개의 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UBI 및 앱 기반의 보험상품을 선보이고 디지털 채널을 통한 간편가입의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등 데이터·플랫폼 기반 보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디지털 전업사들의 존재는 기존 대형사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대형사가 자사의 디지털 채널을 고도화하는 데 간접적인 촉매 역할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디지털 보험 전업사의 위상은 어떠한가?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는 모회사로 흡수합병되고, 남아있는 디지털 보험 전업사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과연 국내 디지털 보험회사는 생존 가능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시장 내 혁신을 이끄는 소규모 혁신기업의 역할과 생존 조건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확산이 일어나는 시장 구조의 제공'이다 즉, 혁신기업의 실험적인 상품·서비스가 시장에서 시험되고 상용·확산되려면 '표준화와 거버넌스의 정비'가 필요하며, 이들의 실험이 실제로 작동하고 확산하도록 '구조를 깔아주는 정책'이 필수라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홍콩의 사례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홍콩은 디지털 보험사를 엄격한 채널 제약 조건으로 인가하는 가상 보험사(Virtual Insur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홍콩은 가상 보험사가 시장 내 정착하고 혁신을 확산할 수 있도록 업계 공통의 보안·표준·거버넌스 원칙을 정했으며, 혁신기업이 파트너를 발굴·연결하고 승인을 신속히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정책초점이 '누가 들어오느냐(인가)'가 아닌 '들어온 뒤 얼마나 빨리 상품·서비스를 확산할 수 있느냐(기반 제공)에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 결과 홍콩의 가상 보험사는 시장 내 사라지지 않고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초기 수익성 확보라는 의미 있는 성과(일부 회사는 분기 흑자 전환)를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 보험은 더 이상 책상 서랍 속에서 아플 때 꺼내는 "상비약"에 머물 수는 없다. 능동적 디지털 보험으로의 전환은 이제 보험회사의 생존 조건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보험 경험 제공은 디지털 보험 전업사만의 전유물인가? 아니다. 기존 대형사도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선택지가 없는 디지털 보험 전업사는 대형사보다 더 빠르게 혁신을 이끌고 확산시킬 인센티브가 크다. 이것이 서두에 언급한 '메기를 키우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메기가 시장에서 버틸 수 있도록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국내 디지털 보험의 성장을 위한 핵심 정책 방향일 것이다.

이제 디지털 보험 전업사 감소를 디지털 보험(회사)의 존재 타당성 논쟁으로 이어가기보다, 이러한 병목을 해소할 소비자보호를 포함한 비용절감과 수익확보가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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