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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10년간 액면분할 기업들 보니…국민주 ‘삼전·네이버’ vs 밉상주 ‘카카오·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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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9. 18. 18:17

삼전·네이버, 분할 이후 소액주주 2000% 내외↑
주가도 50% 이상 상승 유지…시장서 매력 부각
카카오·SKT, 접근성 제고에도 수익률 지지부진
"액면분할 장기 효과 누리려면 펀더멘탈 기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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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액면분할을 실시했던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기업들 중, 일명 '국민주'로 등극한 곳은 삼성전자와 네이버다. 액면분할 전후로 소액주주들만 2000% 내외로 늘어난 건데, 높았던 주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접근성을 높인 게 효과를 본 거다. 수익률 역시 두 기업 모두 50% 넘는 수준을 유지해 소액주주들에게 매력을 더했다.

그에 반해 카카오와 SK텔레콤은 소액주주들이 증가했지만, 낮은 주가 수익률 탓에 시장으로부터 '밉상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액면분할 당시보다 주가가 40% 넘게 하락했으며,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도 2년 전부터 꾸준히 유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너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마저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소액주주들의 접근성을 제고시키고, 주식 유통량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등 효과를 창출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면 결국 기업가치가 담보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액면분할을 실시했던 주요 기업들(시총 10조원 이상) 중 소액주주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네이버(2469.2%)다. 다음으로 삼성전자(1991.5%), 카카오(139.3%), SK텔레콤(51.6%), HD현대(29.3%) 순이다.

2018년 10월 액면분할에 나섰던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 95만2342명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했으며, 이후 70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14만1000원으로 거래됐다. 그 결과 2017년 3만7067명에 불과했던 소액주주가 1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주가 역시 상승세를 유지한 덕분에, 소액주주들의 유입도 지속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주가는 분할 재상장 이후부터 이날까지 총 69.1% 올랐다.

같은 해 5월 삼성전자도 1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265만원이었던 주가가 5만3000원으로 내려앉으면서, 유통 주식 수는 50배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분할 직후인 2018년 2분기 기준 62만754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 분기(24만1414명) 대비 160% 증가한 수준이다. 분할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들만 500만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 국민주로 불리는 배경이다. 코로나 시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들어오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수혜를 누린 건데, 이 시기 동안 주가도 분할 이후 최고치인 9만68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총 51.9%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처럼 견조한 수익률을 토대로 국민주로 등극한 곳이 있는 반면, 카카오와 SK텔레콤은 대표적인 밉상주로 불리고 있다. 분할 이후 소액주주들은 늘었지만, 지지부진한 수익률 때문에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1년 4월 액면분할을 통해 1주당 11만2000원으로 거래를 재개했다. 분할 전 종가는 55만8000원이었다. 분할 직후에는 소액주주가 약 3달 만에 80만명 가까이 증가하는 등 국민주 후보로도 부상했지만, 2023년부터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말 200만명을 돌파했던 소액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71만99명으로 줄어들었다.

한 때 국민주를 노렸던 카카오가 시장에서 밉상주로 인식되고 있는 배경에는 낮은 수익률이 자리한다. 앞서 카카오는 액면분할 이후 강세를 유지하다가, 당시 문어발식 사업 확대, 임원진들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 순이익 감소 등 여파로 약세 전환했다. 분할 시점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총 42.2%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의 오너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여전히 하방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SK텔레콤도 같은 해 11월 액면분할을 실시한 이후부터 이날까지 4.3%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4년이 지났음에도, 분할 당시 주가 수준(5만3400원)과 비슷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통신 경쟁 심화와 더불어 최근 발생한 유심(USIM)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인한 실적 악화, 고객 이탈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는 24만3434명으로 분할 직전 분기(2021년 3분기) 16만532명 대비 51.6% 증가했다.

한편 HD현대는 2021년 액면분할로 주가 수준을 낮췄지만(28만3000원→5만6600원), 주요 기업들 중에선 소액주주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소액주주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분할 직전 분기(2021년 1분기) 대비 29.3% 늘어난 7만7465명이다. 그럼에도 HD현대는 200% 가까운 수익률을 시현하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소액주주들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준 거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액면분할을 실시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유동성이 풀리게 되고, 이에 따라 거래자들도 늘고 가격도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며 "다만 이 같은 모멘텀이 지속되려면 실적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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