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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회장 조카 신우현, 유럽 무대 정상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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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9. 09. 13:19

호켄하임·헝가로링·레드불 링에서 거둔 3승, 한국 모터스포츠의 새 희망
현대차 WRC 도전과 N 페스티벌, 불모지에 뿌리내린 작은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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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우현 인스타그램 캡쳐
한국 모터스포츠는 오랫동안 세계 무대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한국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완성차 수출 강국이지만, 국제 단좌식 레이스에서 한국 국적 드라이버의 이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2004년생 신우현이 유럽 포뮬러 무대에서 시즌 다승을 기록하며 챔피언십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단순한 개인 성취를 넘어 한국 모터스포츠가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신우현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드불링(1랩 4.326km)에서 열린 2025 유로포뮬러 오픈 6라운드 레이스1(총 20랩)을 28분24초868의 기록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긴 직선 구간에서 슬립스트림 경쟁이 치열한 코스였지만, 신우현은 4번 코너 진입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차이를 벌려내며 여유롭게 체커기를 받아냈다. 시즌 초반부터 서로 다른 성격의 서킷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상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신우현은 스타트 대응, 타이어 전략, 공기역학적 변수에 대한 해법을 차례차례 증명하며 '속도' 이상을 보여줬다.

신우현은 2025년 유로포뮬러 오픈(Euroformula Open) 시즌 초반, 호켄하임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스타트 직후 선두를 지켜내며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체커기를 통과하는 '라이트 투 플래그' 방식의 완승이었다. 두 번째 우승은 헝가로링에서 나왔다. 좁고 테크니컬한 코스 특성상 추월이 쉽지 않은 서킷이지만, 그는 중후반 구간에서 타이어 마모를 최소화하며 라이벌보다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과감히 추월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3승째를 쌓았다.

신우현이 기록한 시즌 3승은 단순히 개인의 이정표를 넘는다. 현재 그는 종합 2위, 선두와 불과 8점 차이로 타이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시작된 시즌은 바르셀로나, 헝가로링, 레드불 링을 거쳐 몬차 최종전으로 향한다. 남은 레이스에서 신우현이 보여줄 전략과 집중력에 따라 챔피언십 판도는 바뀔 수 있다. 포인트 레이스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 국적 드라이버가 타이틀 주인공으로 호명되는 순간은 결코 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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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uroform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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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uroformula
이 같은 성과는 맥락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 드라이버가 F3 무대에 선 것은 2000년대 초 이정우 이후 오랜만이며, FIA가 2019년 출범시킨 현행 Formula 3 Championship 체제에서는 신우현이 2023년 최초였다. PHM Racing by Charouz 소속으로 그리드에 오른 그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첫 페이지'를 열었다. 드라이버DB 등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듬해 2024년에는 유로포뮬러 오픈 풀시즌을 소화하며 호켄하임과 레드불 링에서 우승을 거두고 최종 순위 6위에 올랐다. 시즌 전체를 통해 경쟁력을 증명한 이 경험은 2025년 세 차례 우승으로 이어졌다. 단발적인 반짝이 아니라 꾸준히 성적을 쌓아온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

신우현이 소속된 팀은 독일의 팀 모토파크(Team Motopark)다. 수많은 챔피언을 길러낸 명문 팀으로, 세심한 세팅과 데이터 해석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우현은 이 시스템 안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드라이버로 자리잡았다. 팀의 축적된 노하우와 그의 적응력이 결합하며, 매 라운드에서 더욱 정교한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트랙 바깥에서도 그는 대중과 만났다. 지난 8월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07회에 출연해 한국인 최초 FIA 주관 F3 챔피언십 출전 경험과 유럽 생활의 고충,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었다. 방송 직후 보도를 통해 그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보도 직후 관심은 가족 배경에 쏠렸지만, 그는 경기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해 왔다. 담담하게 전한 언어와 목표는 모터스포츠라는 낯선 세계를 대중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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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N 페스티벌.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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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N 페스티벌.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신우현의 성취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그 가능성은 개인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참여와 문화적 토대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N 브랜드의 활동은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현대는 2014년부터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i20 WRC 랠리카로 2019년과 2020년 제조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성과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과 모터스포츠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사례로 남아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현대 N 페스티벌'을 운영해 아반떼 N과 벨로스터 N을 기반으로 한 원메이크 레이스를 열었다. 아마추어 드라이버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레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고, 팬들은 서킷을 찾으며 레이스 문화를 체험했다. 현대 N 페스티벌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참가자와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동차 문화 축제'로 자리잡으며, 한국 모터스포츠에 뿌리내릴 수 있는 생활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신우현의 성취와 현대자동차의 활동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한국 모터스포츠의 내일을 열고 있다. 한쪽은 드라이버가 세계 무대에서 기록으로 가능성을 증명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기업이 국내외 무대를 넘나들며 문화적·산업적 기반을 다져가는 길이다. 두 흐름이 맞물릴 때 한국 모터스포츠는 더 이상 불모지가 아닌, 성장하는 생태계로 도약할 수 있다.

신우현의 시즌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국 국적 드라이버가 유럽 F3 레벨 무대에서 타이틀 경쟁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꺼져 있던 불씨는 다시 타올랐다. 신우현의 이름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현대가 WRC와 N 페스티벌을 통해 다져온 토대와 맞물려 더 큰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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