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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에 백기…프라보워, 재무·치안장관 전격 경질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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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09. 09:08

INDONESIA-POLITICS-ECONOMY-UNREST <YONHAP NO-7132> (AFP)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신임 장관들/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를 2주 넘게 뒤흔든 전국적인 반정부 유혈 시위가 결국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백기 투항'으로 이어졌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시위의 핵심 원인이었던 경제 문제와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과 부디 구나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 등 핵심 각료 5명을 전격 경질했다.

이번 개각은 국회의원들의 '황제 수당'으로 촉발돼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번 시위에 대한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다. 특히 국제 금융계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아온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의 퇴진은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스리 물야니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을 거친 세계적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지난 20년간 세 명의 대통령 밑에서 장관을 맡아 인도네시아의 재정 안정을 지켜온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1.3% 급락했고 국제 채권 가격도 하락하는 등 시장의 불안이 즉각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사임도, 해임도 아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따른 내각 진용 변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시위대의 표적이 됐던 그녀를 경질함으로써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스리 물야니 장관은 이번 시위에서 자택이 약탈 당하는 등 시위대의 주요 공격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스리 물야니 장관의 후임으로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이었던 경제학자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가 임명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의 목표인 8%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고성장 정책을 예고했다.

하지만 "내가 6~7%의 경제 성장을 만들어내면 시위대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며 "시위하는 대신 일자리를 찾고 잘 먹고살기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라 말한 그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낳았다. 시위의 근본 원인인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 역시 푸르바야 신임 장관에 대해 "훌륭한 경제학자지만, 국가 재정을 직접 관리한 경험이 부족해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선 지난달 말 국회의원들이 월급 외에도 매달 5000만 루피아(약 427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국회의원들의 '황제 수당'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 장갑차에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폭력 사태로도 확산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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