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전 20×10’ 정책·해안관광지구 등 선전용 성과 필요
한미일 협력 대응·대미 대화 준비 의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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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바 없는 김 위원장이 여러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 있는 양자 외교에 몰두해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으로 향후 예정된 북한의 대규모 정치 행사에 주목한다. 오는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일로 북한이 5년 주기로 성대히 기념하는 '정주년'이다. 또한 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인 9차 당대회는 내년 초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굵직한 행사를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달랠 '선물'과 자신의 치적을 과시할 '성과'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대내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의미 있는 성과 도출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건설된 각지 공장들의 경우 정상 가동되고 있는지, 건설자재나 주민들의 생활필수품 등은 충분히 확보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은 대규모 해안 리조트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지난 7월에 개장했지만 관광객을 국내와 러시아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의미 있는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러관계로 군사기술 등과 같은 지원은 보장받았을지 모르지만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폭넓게 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북한의 경제적 의존도 가장 높은 나라는 여전히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도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규모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한미일 협력이 강화된 현 상황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견인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러 정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함으로써 '신냉전 구도'를 명확히 하고 연대를 다질 수 있다는 측면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미국 쪽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연대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중국행을 선택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난 2018년 5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난 2019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만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번 방중은 후방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