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태국, SEA게임 전례없는 ‘성별 검사’ 전격 도입…베트남 女배구 스타, 논란 속 대표팀 사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1010010318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8. 21. 14:04

스크린샷 2025-08-21 오전 11.57.00
베트남 여자배구의 간판 공격수 응우옌 티 빅 뚜옌/동남아배구연맹
제33회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 개최국인 태국이 대회에 '성별 검사'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베트남 여자배구의 슈퍼스타 응우옌 티 빅 뚜옌도 돌연 대표팀 사퇴를 선언하며 동남아 스포츠계가 공정성과 인권이란 논쟁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태국 타이랏과 베트남 VN익스프레스·뚜오이쩨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차이야팍 시리왓 SEA게임 조직 위원장·태국 올림픽 위원회 부위원장은 "제33회 SEA게임에서는 확실히 성별 검사가 시행될 것"이라며 "특히 성별에 따른 신체적 이점이 명확한 배구·축구·격투기 종목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절차와 방법은 각 종목을 담당하는 각 연맹들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SEA 게임 위원회는 아시아 올림픽 위원회(OCA)에 비해 독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성별 테스트에 대한 완전한 권한을 가질 것"이라 설명했다.

태국 측의 이 발표는 공교롭게도 베트남 여자배구의 간판 공격수 빅 뚜옌이 세계선수권대회 출국을 단 하루 앞두고 대표팀에서 사퇴한 직후에 나왔다. 188㎝의 장신인 빅 뚜옌은 그동안 남성적인 외모와 압도적인 파워로 성별 의혹과 외모 비하 등에 시달려 왔다.

특히 지난 10일 태국을 상대로 무려 45점을 따내며 베트남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여자 배구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자 이런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숙적' 태국의 네티즌들이 그의 성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외모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필리핀 언론 인콰이어러는 "과거 태국이 국제배구연맹(FIVB)에 빅 뚜옌을 포함한 베트남 선수들에 대한 성별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빅 뚜옌을 겨냥한 '표적 검사'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빅 뚜옌은 SEA게임에도 출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빅 뚜옌은 "경기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제배구연맹(FIVB)의 새로운 선수 자격 요건 때문"이라며 "새 규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낀다. 나 자신의 온전함을 지키고 팀에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성별 검사 강화 움직임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퇴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스포츠계에서 성별 검사는 수십 년간 이어진 해묵은 논쟁거리다. 최근 2024 파리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이만 칼리프(알제리)나 육상의 캐스터 세메냐(남아공)처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선천적으로 높은 여성 선수들이 월등한 기량을 보이자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세계육상연맹이나 세계복싱연맹 등은 염색체(Y염색체 유무)나 특정 유전자(SRY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과학계와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단순한 생물학적 잣대가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성의 XY 염색체를 가졌지만 남성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AIS)'을 가진 여성 선수나 생식샘 발달에 이상이 있는 '스와이어 증후군' 등 다양한 간성(intersex)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형적으로 여성이며 남성호르몬으로 인한 어떠한 이점도 누리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염색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회에서 부당하게 퇴출당한 역사가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