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갈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은 최근 합동연설회에서 벌어진 '전한길 소동'이다. 특정 후보 연설 중 전 씨가 '배신자'를 외치며 행사를 방해하자, 당은 전당대회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일부 지지층은 강하게 반발했고, 윤리위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도, 인적 쇄신도 아니다. 여전히 탄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채 찬탄(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구도가 전선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전한길 논란까지 겹치며, 당내 갈등의 골은 한층 더 깊어졌다. 반탄파 후보들이 유리한 흐름 속에서 결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민심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더 강하게 싸울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다.
반탄파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부터 중앙당사 로비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 그는 "싸움은 더 뜨겁게 이어질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당사 밖에서는 지지자들이 '투쟁'을 외치며 탄핵 주범 색출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투쟁 구호도 좋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건 미래 비전"이라는 냉소적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반탄 진영의 장동혁 후보는 서초동 법원과 특검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강경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스스로를 '보수의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지만, 메시지는 과거사와 대여투쟁에 치우쳐 "메시지가 낡았다"는 평가도 있다.
찬탄파의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단일화 불발 이후 각자의 길을 택했다. 안 후보는 중도층을 향해 외연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조 후보는 "표 단일화"를 호소하며 수도권 당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기류만 놓고 보면 "반탄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지도부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제1야당이 어떤 태도로 집권여당을 견제할지 시험하는 무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흐름은 '누가 더 강경한가'에 매몰돼 있을 뿐,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미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과거의 전쟁에 매달린다면 정권 견제는커녕 내부 분열만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 비전과 인적 쇄신 없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요원하다.
국민은 싸움보다 대안을 원한다. 또다시 탄핵과 전한길 논란에 매달린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정권 재창출의 길도 요원하다.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의힘을 과거에 묶어두는 자리가 될지, 아니면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지는 오롯이 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