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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家 ‘3인 3색’…진격의 김동관, 저변 넓히는 김동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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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 안소연 기자 | 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07. 17. 18:30

金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일찌감치 확정
에너지·방산·조선 등 핵심사업 주도
금융부문 10년째 이끄는 金사장 글로벌 집중
金부사장, F&B 강화 의지 속 파이브가이즈 '매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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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작업이 한창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3형제가 '3인 3색'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에너지와 방산·조선 사업을 두루 경영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을 맡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물밑에서 디지털·글로벌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고,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의욕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 승계구도는 윤곽이 명확하다. 한화 3형제가 주요 사업을 나눠 물려받는 방식이다. 이들이 물려받게 될 사업 분야도 교통정리가 돼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인 에너지·방산·조선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금융과 유통을 맡았다.

승계 밑그림은 완성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과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물려받고 자연스럽게 경영까지 맡는 관행에서 벗어나 주주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이끌 수 있는 경영 수완 여부도 큰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하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부회장까지 오른 데다 대형 M&A 등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맏형다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 대표이사까지 오르지 못한 김 사장과 김 부사장도 각각의 분야에서 경영 성과를 올려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이끄는 조선·방산 부문은 지금 한화그룹 전체 시총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의 중심 축을 맡고 있다. 시총뿐 아니라 실적 역시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오션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88.8% 증가한 2586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대비 37.6% 증가한 3조14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한 데 이어 단 1년 만에 영업익 1조 안팎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매출이 26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 1분기 매출은 196.7% 증가한 5조4842억원, 영업이익은 1399.2% 증가한 560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성과를 앞둔 저변에는 김 부회장의 공격적인 전략이 작용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에 대한 전략을 해외에 두고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방산·조선 전진 기지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 한국 조선업의 협력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만들어야 했고, 이를 위해 택한 대표적인 전략은 필리조선소 인수다. 지난해 12월 1억 달러에 인수를 완료하면서 김 부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화그룹에는 세계 최대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생긴 것이고, 한화시스템의 첨단 해양 기술과 한화오션의 선박 제조 경쟁력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해양방산사 오스탈도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한화는 미국 정부로부터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 까지 보유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 모바일과 샌디에이고 등에서 조선업을 경영하고 있어, 추후 미국 조선 산업과 협력할 방편을 하나 더 구축하게 됐다.

상당한 투자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를 통해 역대 최대 유상증자도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려 2조918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성공은 조선·방산 계열 전반에 든든한 뒷받침이 될 뿐 아니라, 시장이 한화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김동원 사장은 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에 10년째 몸을 담고 있다. 김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에 합류한 이후 주로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을 맡아왔다.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거쳐 현재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역임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등을 찾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해외 현장을 찾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지원하고 있다.

김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 이후 공격적인 M&A 전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23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인수, 2024년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매입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 매입 SPA 체결 등이 이뤄졌다. 올해 1분기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3% 감소한 130억원을 기록했지만, 1분기 영업수익은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365억원에 비해 3.1%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6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건 향후 김 사장의 과제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했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건전성 제고도 과제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1분기 154.1%를 기록하면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보다는 높지만, 해약환급금 부담을 덜 수 있는 170%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요구를 통해 배당 등 시장친화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며 국내에 론칭한 미국 수제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2년 만에 매각설이 나오면서다. 김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며 기존의 호텔·유통업 대신 신사업으로 F&B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본업인 한화갤러리아의 실적마저 고꾸라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연결기준 올 1분기 매출 12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억원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억원에 그치며 56억원이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6.05%에서 1.42%로 빠졌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푸드테크' 사업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F&B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한화푸드테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화푸드테크는 2023년 19억원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11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216억원에서 114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런 와중에 김동선 부회장은 8700억원을 들여 아워홈 인수에 적극 나서며 또 다른 빅딜을 주도했다.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인수한 미국 로봇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등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실험'에 들어간 셈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푸드테크 사업 확장을 위해 로봇이 파스타를 조리해 주는 콘셉트를 내세운 '파스타X'를 선보였다가 올해 4월 폐점한 데 이어 로봇우동 매장 '유동'도 오픈 한달 만에 영업을 중단하는 등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나온 빅딜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하던 '파이브가이즈'마저 2년 만에 높은 로열티와 브랜드 운영 구조상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경영권 매각설이 돌고 있다.

다만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경영권 매각설에 대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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