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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너머 우리가 외면한 불안...‘84제곱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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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7. 17. 14:23

인물 관계에 집중해 쌓은 서사 돋보여
후반부로 갈수록 과잉된 설정에선 피로감 느껴져
84제곱미터
배우 강하늘이 '84'제곱미터'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 역을 맡았다/넷플릭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서울의 84㎡ 아파트를 마련한 주인공 '우성'(강하늘)이 입주 직후부터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린다. 아랫집의 반복된 항의로 점차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갈등은 아파트 전체로 확산되고 누구도 명확한 범인을 지목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분노만 커져간다.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이라는 로망이 만들어낸 비극과 집단 히스테리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집값 상승을 맹신하며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킨 사람들의 불안과 위선, 아파트라는 수직적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 투쟁을 유쾌하고 진지하게 풀어내다가 점차 스릴러로 전환되며 몰입을 끌어올린다. "서울 아파트는 역사적으로 무조건 우상향"이라는 신념,"GTX만 들어오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 투자 실패와 코인 작전까지 얽히며 등장 인물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현우
서현우는 '84제곱미터'에서 진호 역을 맡아 거칠고 센 연기에 도전했다/넷플릭스
입주민들 간의 충돌은 부동산·계급·생존의 문제로 확장된다. 등기친 사람·세입자·실거주자·영끌족 등 현실의 갈등 구조가 영화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범인을 찾는 과정은 공동체 전체가 공범일 수 있다는 자조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우성'은 소음의 진원지를 쫓다가 아파트 전체가 한 사람의 갭투자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를 통해 무리한 확장과 탐욕이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층간소음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폭력이 되며 결국 가해자는 따로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김태준 감독은 이번에도 일상 속 스릴을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옮겼다. 현실 풍자를 담은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해 끝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관객들로 하여금 층간소음을 매개로 대한민국 부동산의 민낯과 인간 욕망의 끝을 들여다보게 한다. 극적인 장치보다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해 쌓은 서사가 돋보인다.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과잉된 설정과 겹쳐지는 인물들의 감정이 다소 피로감을 준다. 그럼에도 부동산·층간소음·욕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비추는 통찰은 가볍지 않다. 15세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18분.

염혜란
염혜란은 속을 드러내지 않는 미묘하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입주민 대표 은화 역을 연기했다/넷플릭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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