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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AI영화 시대! 선결 과제와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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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7. 16. 13:35

영화계·학계, 불황 타개책으로 AI 눈 돌리기 시작
후반작업에는 이미 도입…저작권 시비 배제 못해
운용자 소양 중요…예산 대폭 줄이는 수단 낙관
AI 영화 '나야, 고준' 공모전
AI 콘텐츠 전문 기업 MCA가 KT와 손잡고 배우 고준(오른쪽)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만든 AI 영화들을 공모한다./제공=MCA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가 인공지능(AI)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4년 이후 21년만에 연간 관객수 1억명 시대의 붕괴가 냉엄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자본 고갈과 인력 유출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영화인들이 AI를 이용한 창작에서 새로운 생존의 활로를 찾으려 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업계는 관련 공모전과 콘퍼런스 등을 열어, AI에 기반을 둔 새내기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선결 과제를 찾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AI 콘텐츠 전문 기업 MCA는 실제 배우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만든 AI 영화들을 2년 연속 공모한다. 지난해 나문희가 주인공이었던 '나야, 문희'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고준을 앞세운 '나야, 고준'을 마련했다.

이 행사는 MCA가 제공하는 이미지 및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참가자 누구나 고준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구현해, 자신만의 영화 속에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개인은 물론 팀 단위와 기업 등 형태에 제한 없이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극장 개봉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영의 혜택이 주어진다.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49편 가운데 수상작 5편을 모아 17분 분량으로 만들어진 '나야, 문희'는 지난해 12월 24일 CGV에서 개봉해 7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앞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국제 경쟁 부문을 도입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를 화두로 삼았다. 지난 13일 막 내린 제29회 BIFAN은 사흘에 걸쳐 'BIFAN + AI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AI 콘텐츠 창작의 최신 동향과 교육, 관련 정책, 정부 지원 방향, AI 크리에이터 쇼케이스 등 AI 시대 영상 콘텐츠 분야의 전반적인 변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뤘다.

감독조합이 "AI 등 기술을 이용해 영화를 훼손하거나 감독의 관점을 바꾸려는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AI의 본격적인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영화의 본고장 미국 할리우드와 달리, 이처럼 한국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이유는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추락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OTT로 영상 산업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돈줄이 말라 제작과 개봉 편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이 돈을 조금 들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AI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제작자는 "특수 시각 효과(VFX)와 색 보정 등 후반 작업에만 주로 쓰였던 생성형 AI가 요즘에는 시놉시스와 시나리오 등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도 조금씩 활용되고 있는 추세"라며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 투자·배급사로부터 나오던 기획 개발비가 끊기다 보니 작가를 고용해 (시나리오) 초고를 뽑아내거나 톤 앤 매너를 유추해볼 수 있는 테스트 영상 촬영 등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사무실 혹은 방 안에서 혼자 뭐라도 해야 하니까 AI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AI 콘퍼런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 7일 개최한 '창작자를 넘어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한 AI는?'에서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오른쪽)와 영화진흥위원회 김보연 정책본부장이 밝은 표정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많은 영화인들은 이 같은 토로에 공감하면서 우려하는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는 'BIFAN + AI 국제 콘퍼런스'에서 "AI의 도입으로 지적재산권·소유권 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에 제작자들이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영화 제작 현장에서 겪고 있는 두려움과 혼란을 공공의 영역에서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VFX 1세대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제작·연출·각본을 겸한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는 "지금의 속도라면 AI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영화 제작 공정의 중심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단언하면서도 "운용자의 수준이 관건이다. 속된 표현으로 소라(Sora)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해 개나 소나 지금처럼 아무 영화나 만든다면 절대로 환영받을 수 없을 뿐더러 바로 외면당할 것"이라며 창작의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AI 남용을 경계했다.

한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 제작이 자본 부족에 허덕이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박재수 MCA 대표는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의 경우, AI를 활용하면 제작비를 (기존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면서 "제작비 규모는 커졌는데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요즘 같은 시대에 AI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내다봤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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