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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오징어 게임’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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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7. 06. 15:14

마지막 시즌3에 쏟아진 해외 반응을 보며 한류 떠올라
K드라마의 약점이 해외에서는 특장점으로 호평받기도
국내 제작사 자립 돕는 제도·제작 시스템 변화 필요해
오징어 게임 촬영장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사진은 주연 이정재(맨 오른쪽)와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오른쪽 두 번째)이 시즌 3의 촬영을 마치고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이다./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피날레에 쏟아지는 전 세계적인 반응을 지켜보며 한류 열풍이 막 불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중반이 떠올랐다. 당시 '겨울연가'와 '대장금'에서 비롯된 한류 열풍은 일본을 시작으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를 휩쓸었고, 저질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던 한국 드라마는 그때부터 배울 점이 많은 'K드라마'란 별칭으로 통하게 됐다.

국내 대중 문화 콘텐츠를 나름 비판하고 분석하는 처지에서 한류 열풍은 살짝 당황스러운 현상이었다. 기억 상실증과 출생의 비밀, 삼각 관계와 천편일률적인 남녀 캐릭터 묘사 등 사골처럼 우려먹었던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이 정작 다른 나라 시청자들에서는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받아들여지고 'K드라마가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오히려 찬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또 드라마 제작 현장의 오랜 병폐처럼 취급받았던 '쪽대본'이 외국 드라마 전문가들에게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대본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에 어리둥절하곤 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해외에서의 호평이 그때까지만 해도 '프리즌 브레이크' 등과 같은 '미드'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던 창작자들에게 막연한 자신감을 심어준 듯 싶다. 이후 20여 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축적된 자신감은 수 차례의 시행 착오를 거쳐 막연하게나마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을 이끈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은 '오징어 게임'이 남긴 업적을 음미하고 만끽할 시점인가? 아니다, 오히려 업적보다는 숙제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숙제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마련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이들이 부가 가치 창출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지식재산권(IP) 확보를 돕는 등 보다 멀리 내다보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작품 개발·기획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도 자체 자본이 부족해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혹은 방송사에 IP를 내주고 영세한 하청 업체 정도로만 머무는 제작사들의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튼튼한 산업적 토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대본을 뽑아내는데 있어 집단 창작 방식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번에 시즌 3를 보고 느낀 점이다.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이 각본까지 홀로 겸하면서 시리즈의 주제 의식과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 고군분투한 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창의력의 고갈 탓인지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별 매력없이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비슷한 설정이 반복되는 단점은 아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단점들의 개선에 특화된 작가들의 손을 빌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석권까지 K콘텐츠가 바다 건너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성공 소식에 환호만 하고 있기에는 최근 몇 년간 한국 대중 문화 산업이 겪고 있는 '외화내빈' 식 위기의 수준이 너무 엄중하다. 반면교사로 삼을 건 없는지 '오징어 게임'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차분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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