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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보장 강화냐, 선택권 침해냐… 엇갈린 ‘퇴직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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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7. 02. 18:14

근로자 퇴직연금 혜택 낮아 개혁 예고
300인 이상~5인 미만 5단계로 의무화
"선택권 제한 우려엔 '옵트아웃' 대안"
"사적인 관계인데… 정부개입 부적절"
새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의 전면적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와 근로자 선택권 제한, 그리고 정부 개입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니다.

2일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퇴직연금 가입률은 53.2%이며, 2023년 기준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은 10.4%에 머물렀다.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기여하는 퇴직연금 보험료가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8.3%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9%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시금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고용주가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이에 많은 사업주들이 관리가 복잡한 퇴직연금보다는 기존 퇴직금제도를 선호하고 있어,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퇴직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도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 주택 구입이나 자녀 교육비 등 목돈이 필요해 대부분 일시금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전면적인 퇴직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부터 5인 미만까지 5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현재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나뉘어 있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한다는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기금형 운용을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시금 퇴직금 제도를 둠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노후보장이 안 되는 부분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근로자 선택권 제한 우려에 대해서는 '옵트아웃'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옵트아웃 방식을 통해 원칙은 연금화로 하고, 특별한 의사표현이 없다면 연금 형태로 지급되도록 하되, 꼭 일시금을 받아야 한다면 별도 절차를 통해 허용하자는 것이다.

중도인출 문제에 대해서는 "중도인출은 노후보장 목적을 훼손시키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막는 게 맞다"면서도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해 제도의 틀 안에서 자금 수요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간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존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디폴트 옵션이 원리금보장형 위주이고 옵트인 방식으로 설계돼 수익률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진정한 옵트아웃 도입과 원리금보장형 비중 축소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금형 도입에 대해서도 "시장 인프라와 운용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제도 정비와 함께 전문 인력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정부 개입 자체의 적절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사적인 관계의 문제인데 정부가 왜 기금을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민연금이야 성격이 달라서 정부에서 개입을 한다지만 퇴직연금은 개인기업이 개인에게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금형보다는 오히려 정부 쪽에서 민간기업에 규제를 통해 인프라를 개선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일시금 수령에 대해서는 "현재도 일시금을 가져갈 수 있는 조건들이 있지만 까다로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이를 막아버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다수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퇴직연금 개혁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시장 원리와 개인의 합리적 선택권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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