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책 취지 공감 하지만 정책 인지도는 낮아
"취객 이용 줄어 다행"…"있는지도 몰랐다"
전문가 "규제보다 공간 확보 등 인프라 구축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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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일대를 개인형 이동장치의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동킥보드 인식조사'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지난 달 24일 찾아간 홍대 레드로드는 평일임에도 사람이 가득했지만, 여타 번화가들과 달리 킥보드를 탄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상권이 발달하고 젊은이들이 많은 번화한 홍대 지역 특성상 저녁 시간대 술에 취한 사람들의 킥보드 이용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었다.
우선 인근 상인들은 취객들의 킥보드 이용이 줄어든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이전보다 킥보드가 줄어든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저녁 시간대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도 많아 이 거리에는 규제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호떡집에서 일하는 맹지호씨(27)는 "몇 주 전에도 가게 앞에서 킥보드랑 행인이랑 부딪히는 사고를 봤다"며 "레드로드는 보행자가 많은 구간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바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행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레드로드가 출퇴근 길인 박승호씨(38)는 "주변에서도 킥보드 때문에 다쳤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주행을 막는 현 제도에 찬성하지만 킥보드 운전자들에게 도로교통법에 대한 올바른 안내도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포 학원가 일대는 홍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어린이집과 학원이 밀집해 학생 셔틀버스와 차량 이동이 많은 주택가 성격의 이 구간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의 안전이 주요 우려사항이었다. 같은 날 찾아간 반포 일대는 전동킥보드 등 PM을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산해진 골목은 통행 불편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여섯 살 자녀를 둔 김나연(35) 씨는 "아이들이 많은 골목에서 킥보드가 다니지 않는 건 좋은 조치 같다"며 정책 취지에 공감했다. 하지만 홍대와 달리 반포 지역에서는 정책 인지도는 현저히 낮았다. 빵집을 운영하는 최혜숙(58) 씨와 편의점 점장 유모씨(63)는 "그런 정책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허점도 드러났다. 통행은 막았지만 가게 입구나 인도 사이사이 주차된 킥보드는 여전했다. 시는 킥보드 업체 측에 반납 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했지만 일부 업체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특정 업체 킥보드들은 거리에 방치돼 있었다. 현행법상 주정차 킥보드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고 견인 조치가 유일한 제재 수단이다. 서울시 도로교통실 관계자는 "무단 주차된 킥보드는 시민 신고에 따라 업체에서 견인 조치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PM이 불법 주정차를 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없어 과태료 부과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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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들의 단기적인 만족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규제 방향성에는 우려를 표했다. 안전장치 및 이용가능한 공간 확보가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교통서비스를 유지하고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준다"며 "공공이 제공해야할 교통서비스를 민간에서 기여하는 형태인데, 지자체가 규제부터 하는 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일괄적인 규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와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근식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용 가능한 공간을 먼저 확보한 뒤,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이용 형태를 분석해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서울이라는 지리적·지역적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은 언덕과 좁은 도로가 많아 개인형 이동수단이 활성화되기에는 물리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아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 개인형 이동수단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암스테르담 등 주요 도시에 400km 이상의 전용도로와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최근 5년간 5만 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반면 우리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전용 통행로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한편, 시와 경찰은 9월까지 계도 기간을 이어갈 예정이다. 개인형 이동장치 통행금지를 위반한 운전자에게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일반도로의 경우 범칙금 3만원과 벌점 15점,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각각 그 두 배가 부과된다. 시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끝나는 9월에 설문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려 한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미비점을 보완하거나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