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베고 굴삭기로 파헤친뒤 석축까지 쌓아 오름 크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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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지역주민과 제주도자치경찰단 등에 따르면 주민들은 최근 넉시오름이 크게 훼손된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소가 드러누운 모습의 넉시오름은 의귀리를 감싸안고 있으며 주변에 의귀천과 서중천이 흐른다. 이들 하천은 다양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넉시오름은 추앙의 대상이다.
의귀리 마을은 또 헌마공신 김만일로 유명한 마을이다. 김만일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지킨 공로가 인정되어 종1품 숭정대부 헌마공신에 올랐다. 임금으로부터 어의(御衣)를 받음에 따라 오늘날 의귀리(衣貴里)라고 마을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한 오름이 크게 훼손되자 제주도자치경찰단(단장 오충익)은 수사에 나섰고 지난 26일 그 결과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산림을 무단으로 훼손한 60대 A씨와 50대 B씨는 산지관리법 및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시는 지난 1월부터 당국 허가 없이 자신 소유 임야 1만 7222㎡(5218평) 중 4227㎡(1280평)를 굴착기로 파헤쳐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깎거나 돋우는 작업을 무단으로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약 70m 길이의 석축(높이 0.6m~2.9m)을 추가로 쌓아 복구비용만 대략 1억 30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B씨는 조상 분묘 관리를 명목으로 자신 소유 임야에서 생달나무, 삼나무 등 19그루(직경 15~82cm)를 전기톱으로 무단 벌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산지를 무단 전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무단벌채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의귀리 마을 주민 김모 씨는 "넉시오름은 마을의 상징이다. 특히 다양한 마을의 역사와 혼을 간직한 곳인데 훼손되어 안타깝다. 빠르게 복구되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 숨지었다.
강수천 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제주가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하려면 오름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산림 훼손을 사전 예방하고,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를 입은 넉시오름은 해발 146m이고, 마을에서 높이는 56m이다. 둘레는 1.4km, 면적은 12만 8854㎡(약 4만평)로 마을에서 소가 넋을 놓고 드러누운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넉시오름' 또는 '넋이오름'이라 불린다. 큰 비에 송아지가 의귀천으로 떠내려가자 어미 소가 넋을 잃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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