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에 저성장 위기 직면
지속가능한 체제 구축 위한 포석
추가 M&A 통해 자회사 성장 도모
해외 진출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
두 아들 그룹 경영에 나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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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데다, 생보사 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사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산업에만 집중해서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무리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교보금융그룹'이 안착하기 위해선 포트폴리오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SBI저축은행 인수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업 등 추가 계열사 인수합병(M&A)에도 나서야 한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자산신탁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증권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고 소프트랜딩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주사 전환은 향후 경영권 승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지주사 체계 구축 이후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와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실장이 실질적인 그룹 경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하는 게 첫 단계다. 이어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이번에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주사 전환 후 '교보 금융그룹'이 안착하기까지 과제도 산적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라 적용받는 법령이 달라지는 만큼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가 아니어서 보험업법을 적용받는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기자본의 60%나 총자산의 3% 수준을 넘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이 규제를 벗어날 수 있어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금융지주사에는 더 많은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앞서 대응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도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금융지주사는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규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돼 규제 리스크에 대한 사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우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교보생명이 교보증권(84.72%), 교보라이프플래닛(100%), 교보자산신탁(100%), 교보악사자산운용(50%) 등 자회사를 두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인적분할 등을 거쳐 지주사 전환이 되면 교보금융지주(가칭)가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되고 산하에 교보생명과 다른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보생명과 교보증권을 제외하면 다른 자회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교보생명과 교보증권은 지난해 각각 6987억원, 117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교보자산신탁(-2427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256억원) 등은 적자를 냈다. 흑자를 내는 계열사들도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해 8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SBI저축은행이 그룹 내 순익 기여도가 세 번째로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선 추가적인 M&A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들을 두게 될 건데, 은행처럼 이자이익이 나는 곳이 없는 만큼 다각화 측면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교보생명은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보험과 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보험 계약자들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보험 상품을 연계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처럼 각 계열사들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대종 교수는 "계열사 간의 전략적 시너지 창출과 함께 지배구조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특히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통합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해외 진출 등 다방면으로 수익성 강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지주사들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헌수 순청향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글로벌 보험 지주사들이 많다"며 "교보도 글로벌 보험지주사를 벤치마킹해서 보험 지주사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사 체제의 구축은 경영권 승계와도 연결된다. 지주사를 설립하는 과정이나, 지주사 체제 안착 이후에 신 회장의 두 자녀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풋옵션 분쟁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건 승계를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교보생명 측에선 현재 IPO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