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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남2구역 데자뷰?…위기의 ‘압구정 2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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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기자

승인 : 2025. 05. 08. 06:00

삼성물산·현대건설 수주전 과열에 뒷말 무성
허위 사실 유포 의혹에 재건축 지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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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대상지인 현대아파트. /이철현 기자
"여기저기 말도 많이 나오고 해서 시끄럽기도 합니다. 조용하게 하면서 좋은 얘기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어려운가 봅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만난 현대아파트 입주민은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있다"며 "자칫 재건축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현대아파트 9·11·12차는 최근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압구정 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대상지로 내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23년 7월 해당 구역과 함께 3·4·5구역을 신속통합기획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한강변 생활권에 특화된 매력적인 주거단지 조성을 목표로 사업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2구역의 사업 진행이 가장 빠른데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공권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준공된 후 50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부촌 아파트로 꼽히는 상징적인 단지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2구역은 한강변 단지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이 가까운 초역세권이다. 한강공원, 현대백화점 등이 도보권에 있어 2~5구역 중 가장 입지가 뛰어나고 사업성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는 평가다. 총 사업비는 2조4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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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S라운지 전경. /이철현 기자
해당 사업구간에서 도보로 약 7분 거리에 삼성물산이 마련한 'S 라운지'가 있다. 신구중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번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인 홍보관이다. 다만 이날 현장은 방문한 이들은 없었다.

압구정 2구역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S라운지도 좋지 않은 얘기가 나오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물산이 조합원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시공사 선정 때 꼭 도와달라고 호소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등 이상한 소문이 무성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문과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으로 인한 과열 양상에 대해 조합 측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특별하게 얘기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근 현대건설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2구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현대건설이 이 사업에 참여 안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행위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해당 구역에서는 '현대건설 자작극설', '삼성물산 사주설'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사업 규모나 상징성이 큰 만큼 국내 여러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다. 특히 수주에 성공할 경우 시공사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 2구역 사업 때 건설사들이 막대한 부담을 감수하며 수주에 나섰던 것이 생각난다"며 "당시 금품살포 의혹 제기 등으로 인해 사업이 크게 차질을 빚었던 것을 잊은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면 자체적인 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들은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건설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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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운지 인근에 위치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철현 기자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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