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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 폭력 예방 더해 신뢰 회복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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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1. 21. 00:01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 및 난동 사태와 관련한 긴급 대법관회의가 열렸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난동 사태와 관련해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사태를 "단순 청사 파손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의 근간과 사법 권능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중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시위대가 영장판사를 의도적으로 공격했고 피해액은 7억원에 달한다며 "법원 정상화에 필요한 인력보강 및 시설 복구, 정신적 충격을 받은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 치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위대는 서부지법 차은경 판사가 윤 대통령이 증거인멸이 염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원에 난입, 기물을 파괴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 8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윤 대통령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는 입장을 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상상조차 어려운 폭력"이라며 "경찰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폭력 사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고 법무부도 "사법 체계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사안"으로 봤다.

서부지법 사태는 사법 질서를 깨는 폭력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기존의 사태는 법대로 수사해서 합당한 처벌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본지도 폭력은 단호히 반대한다. 특히 법원 판결에 대한 폭력은 법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어떤 경우든 용납돼서는 안 된다. 영어의 몸이 된 윤 대통령이나 여야 정치권, 법을 집행하는 사법당국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도 이는 법 테두리 안에서의 자유다. 이런 원칙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대법원 긴급회의는 법원 입장에서 당연하겠지만 국민은 씁쓸하다. 공수처가 판사쇼핑 논란 속에 영장을 청구하고, 이순형 부장판사가 형소법 110·111조 적용을 배제하는 등 불법을 행할 때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시위대의 기습을 받자 법질서를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음에도 영장을 기각하고,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임에도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누가 봐도 공평하지 않다.

법원은 그동안 재판 지연, 불공정 재판 등의 지적을 받았다. 누구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활보하며 정치활동을 하고, 누구는 재판과 헌재 탄핵심리를 동시에 받는데 이게 사법 정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이번과 같은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는 것만큼 중요한 게 불법을 배제한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대법원이 이런 원초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시설파괴나 구성원의 트라우마만 부각한다면 신뢰 회복의 길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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