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월성 삼중수소수에 대한 규제는 적절했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2501001405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9. 26. 06:00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19년 3월 월성 원전부지내에서 리터(L)당 71만3000베크렐(Bq)의 고농도 삼중수소수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지방 방송에서 잇따라 보도하면서 이슈가 제기됐다. 이 물은 부지 밖으로 배출된 것이 아니라 월성3호기 배수관로에 고인 물이었다. 만일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절차에 따라 배수 직전에 방사선 농도측정을 하고 농도가 높으면 희석해서 내보냈을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71만3000Bq/L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제한치가 1만Bq/L이고 삼중수소수 배출제한치가 6만Bq/L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로 보기도 어렵다.

월성원전 주변지역 중 나산·울산·경주 감시지점의 지하수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봉길 지점의 지하수 중 삼중수소 농도는 4.8Bq/L였고, 이는 5년 평상변동범위(2.83~9.05Bq/L)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유출이 아닌 것이다.

월성주민의 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 최대치가 28.8Bq/L로 바나나 6개를 먹을 때 포함된 칼륨-40에 의한 방사선 피폭과 동일한 수준이다. 손목시계의 야광 도료에 2억Bq의 삼중수소가 사용되며 건물의 비상구 표시에는 2000억Bq의 삼중수소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가 아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민간조사단을 구성하여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했다. 최종결론은 '외부로의 삼중수소 유출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3호기 지하수 관측정의 삼중수소 농도 증가 원인 등 일부 조사에 대해서는 후속조사를 권고했다. 살펴보자.
첫째, 원자력안전규제는 목적이 대중의 건강과 환경보호다. 방사성물질이 부지 밖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규제가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가 스스로 조치할 문제다. 물론 언론에 보도가 나가고 사회적 이슈가 제기되면 규제기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관심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게 보고를 받는 정도여야지 직접 규제자원을 할애하고 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과도했다.

원자력 안전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국민과 환경보호 그리고 사업자의 재산보호다. 전자는 규제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후자는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필자는 이것이 이슈화된 직후부터 이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 바 있다.

둘째, 규제가 개입되었다면 스스로 하면 되지 민간위원회는 왜 두었나? 전문가가 없었다면 그건 매우 큰 문제고, 그 경우는 아닐 것이다. 지역주민이 관심이 있을 사안이라면 조사결과를 알려주면 될 일이지 참여시킬 이유가 무엇인가? 투명한 일 처리를 보여줄 작정이라면 규제기관이 받지 못하는 신뢰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덮어씌운 것이 아닌가?

셋째, 이것이 2년 여를 끌면서 조사할 내용이었나? 사업자인 한수원은 매월 방사성 물질 배출량, 주변지역의 방사능 농도 등에 대해 규제기관에 보고한다. 그 보고서를 살펴본다면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고농소의 삼중수소수는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가 물을 만나서 농축된 것이라는 점도 밝혀진 것이고 원전에서 미량의 누설이 허용된다는 것도 알려진 일이었다. 무엇이 2년을 소요하게 만들었을까?

넷째, 최종결론이 '외부로의 삼중수소 유출은 없다'는 것이라면 굳이 후속조사를 권고할 필요가 있나? 요구가 아니라 권고니까 안해도 무방하지만 굳이 덧붙이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불필요하게 규제를 하면서 사업자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신에 붙인 권고였을까?

다섯째, 당시 월성원전에 관한 여러 가지 안전성 문제를 부각시켜 탈원전 정부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라는 사회적 이슈를 덮어보려는 의도였다면 규제기관의 독립성도 의심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