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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 신혼가구의 희망, 20년 ‘전세자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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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7.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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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욱 SH도시연구원
지난 40년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을 밑돌아 왔다.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 것은 저출생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울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체감할 만한 사항은 단연 주거 문제다. 주거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혼인을 미루기도, 혹은 혼인을 한 경우라도 출생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저출생의 해법으로 주거 안정이 필요조건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안정된 주거를 제공하면 과연 출생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신혼부부 자격으로 입주한 공공임대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서울시의 역점 임대유형인 장기전세주택에서 가장 뚜렷한 출생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 도시연구원에 따르면 평균 자녀 수 2명, 입주 이후 태어난 자녀 수가 평균 0.75명으로 타 임대유형보다 높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가 선호하는 아파트, 점유형태는 전세방식이다. 20년간 장기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부담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대형 평형에 이르기까지 넓은 면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출생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한 달 전 발표된 OECD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지만 자녀가 한 명인 경우는 회원국 중에서 5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즉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한 명에 그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출산 간격이 길어지면 출산확률이 낮아진다.
출생력의 결정요소는 출생의 양과 속도로 구성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장기전세주택에서는 출생의 양뿐만 아니라 입주 이후 오히려 출산이 가속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출산 간격을 줄이기 위해 스웨덴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피드 프리미엄(Speed premium)이 장기전세주택에서는 이미 발현되고 있다.

앞선 사례는 첫째 자녀와 둘째 자녀의 출산 간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첫 출산 이후 일정 기간 이내 재출산 시 사회적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첫째 자녀가 끝이 아니라 추가출생 의지를 제고할 수 있는 원동력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신혼부부 공공주택 확대 방안'에 이어 지난주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장기전세주택Ⅱ)에 관한 기자설명회를 가졌다. 기존 장기전세주택에서 보완된 점은 무자녀 신혼부부까지 정책 대상을 확대해 잠재적인 수요까지 고려했다는 점이다. 무자녀 신혼부부 자격으로 입주해 1명 이상 출산 시 거주기간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재계약 시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간과할 수 없는 혜택은 20년 전세 이후 자가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출산 인센티브를 줬다는 것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자녀출산 시 자녀 수에 따라 일부 할인된 가격으로 자가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정책 배려로 볼 수 있다.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는 신혼가구의 주거비 부담 경감과 주거안정으로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고유한 역할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녀 수에 따라 자가주택 마련까지 지원하는 새로운 주거정책 사례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신규 공급 총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재개발 및 재건축, 소규모 정비 사업을 포함해 용적률 완화에 따른 일부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개발 가능 용적은 현재의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해 유보적으로 남겨둔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급 확대는 민간의 시장 상황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앞서 노후 공공임대 단지의 재정비에서 또한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서울의 저출생 극복이 곧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주거정책의 전개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동시에 수반될 필요가 있다.

출생력의 결정요소는 출생의 양과 속도인 것처럼 충분한 공급량과 정책 속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을 통해 무주택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출생률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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