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박재형 칼럼] 미국의 획기적인 개인정보 보호 법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1101000664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4. 11. 17:36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미국 하원과 상원은 획기적인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을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원과 상원의 상무위원회 위원장들이 공개한 미국개인정보보호법(APRA)은 기업의 개인정보 보유를 최소화하며 기업이 수집, 보유,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 데이터의 유형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소위 '빅테크' 대기업들의 사업 행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법안에서는 이용자가 기업에 대해 자신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으며, 경쟁 서비스 제공업체로 이전할 수 있는 다운로드 가능한 버전의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은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른 곳에 전달할 수 없으며, 이용자가 새로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용자는 또한 고용, 주거, 교육과 같은 중요한 영역에서 자신과 관련한 알고리즘 결정을 내리는 기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기업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력한 데이터 보안 표준을 준수해야 하며, 이에 관한 최종 책임은 기업의 경영진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피해가 발생하면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이용자 개인에 의한 소송이 모두 가능하다.

이 법안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용자에게 자신의 정보가 어디로 가며, 누가 그것을 이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빅테크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추적, 예측, 조작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그들의 사업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인들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해 법으로 제정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법안은 이제 논의를 위한 초안 단계로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4월 말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특히 11월 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이번 의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비슷하게 빅테크의 데이터 정책을 직접 규제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개인정보 무단수집 및 활용 등의 이유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소장에서, 이 회사가 인터넷 이용자 수억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기술기업이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상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일이다.

또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 기반 가상화폐 프로젝트 월드코인(World Coin)을 시작했다. 월드코인은 사람 눈의 홍채를 스캔해 저장하고, 이 생체 데이터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디지털 신원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홍채 정보를 제공하면 미화 25달러 상당의 토큰을 주는 방식으로 출범 3주 만에 1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는 개인정보 수집, 관리 등에 의혹을 불러일으켜 각국 정부들이 조사에 나섰다.

소위 빅테크라는 기술 대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각각의 시장 부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과 훈련에도 막강한 능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작동하는 핵심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즉 기계학습 기술이다. 컴퓨터에 데이터들을 입력해 스스로 학습하게 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기술이다. 따라서 머신러닝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이 데이터이고, 당연히 데이터가 많을수록 머신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능력은 급속히 향상된다.

기술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검색, 소셜 커뮤니케이션, 게임 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들의 주 수익원은 광고인 만큼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들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높아졌다.

빅테크 등 소수의 기술 엘리트 손에 데이터, 지식, 자금력 및 통신 채널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빠르게 집중되면서 타인이 나를 관찰하는 기술은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 TV, 스마트 워치, 가상 비서 등과 같은 첨단기술 제품들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쿠키, 추적 도구 및 소셜 로그인을 통해 이용자의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동기화할 수 있다. 이것들은 개인의 위치, 행동, 태도, 기분, 선호, 사회생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미국의 한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대다수는 여전히 더 나은 '개인정보 보호'보다 '무료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유출되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대부분 사용자의 온라인 행동에 실질적이거나 지속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무료 서비스를 받는 대신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하는 '거래'는 이용자가 그 의미와 조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때 그 거래는 개인 선택의 자유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 거래가 이용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많은 서비스와 도구는 이용자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강하게 제한한다. 개인이 온라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추적되고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용자 데이터가 몇몇 대기업의 손에 집중되면서 기업은 이용자의 지식, 생각, 의견, 정서 등에 접근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와 권위주의 사회 모두에서 이러한 지식과 영향력은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소유에 관한 문제에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의 마련이 요구된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