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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 괴롭히는 ‘임신 허들’ 자궁내막증·자궁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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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의학전문기자

승인 : 2025. 04. 10. 17:52

두 질환 최근 5년간 50% 가까이 ↑
난임 시술도 늘어 증상 없어도 관리
난소 기능 저하·수정란 착상 방해
여성호르몬 과다 노출이 주요 원인
황우연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전체 난임 시술 건수가 2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대비 36.7% 증가한 수치다. 가임력이 좋은 결혼적령기를 지나 결혼하는 사례가 늘면서 난임 역시 증가 추세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난임 원인으로는 여성요인(34.9%), 복합요인(28.5%), 원인불명(20.8%), 남성요인(15.0%) 등이 꼽힌다. 여성요인에는 난소 및 배란 기능과 난관 요인, 자궁 요인 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자궁내막증 진료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49.5%, 자궁근종은 47.3% 각각 증가했다.

난임과 연관된 부인과 질환 증가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과다노출 탓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황우연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른 초경과 늦은 임신, 저출산으로 여성의 월경 횟수가 증가하면서 장기간 누적된 에스트로겐 자극이 부인과 질환 및 여성암 발병률을 높인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난임의 주된 원인으로는 난소 기능 저하와 자궁내막 환경변화가 지목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곳에서 자라면서 통증이나 난임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이 일반적인 생리통과 유사해 질환으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골반통·성교통 등 일반적 관리 차원의 산부인과 진료와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황우연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궁근종 환자 대상으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황 교수는 "자궁내막증의 정확한 유병률은 진단 시기나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난임 여성의 20% 이상에서 자궁내막증이 동반된다는 보고도 있어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월경혈 역류, 면역학·유전학 요인 등으로 추정될 뿐이다. 자궁내막증이 난임으로 발전하는 이유는 발병 위치에 따라 다양하다. 난소에 발병했다면 난소 기능 저하, 난관이나 복막에 생겼다면 주변 장기와의 유착으로 이어져 난자 이동·수정 과정을 방해한다.

황 교수는 "골반 내 유착이 심한 경우 자연임신 가능성이 낮아지고 보조생식술(시험관) 시에도 반응이 떨어질 수 있어 자기공명검사(MRI)와 복강경을 이용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술 치료가 일반적이었지만, 수술 후 재발률이 높고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약물 요법을 이용한 호르몬 치료를 장기 유지하는 전략이 효과적 치료법으로 쓰인다. 그러나 황 교수는 "자궁내막증 제거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며 "수술 치료는 내막 조직과 유착 부위를 제거해 정상적인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근에는 절개 및 주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가임력 보존이 가능한 로봇수술을 주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자궁에 생기는 자궁근종은 양성 종양으로, 35세 이상 여성 절반에서 발생하는 다빈도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영향이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무증상이나 월경 과다, 생리통, 복부 팽만감 등 일상적 증상이 많다. 근종 위치에 따라 배뇨·배변 관련 불편감이 생길 수 있다.

황 교수는 "자궁근종 또한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으로 근종 위치나 크기가 중요하다"며 "자궁내막 쪽으로 튀어나온 '점막하 근종'은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거나 초기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자궁 근육에 생긴 '근충내 근종' 역시 자궁의 수축력과 내막 환경에 영향을 줘 태아 성장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에 영향 주지 않더라도 근종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크기와 개수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근종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거나 위치상 제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환자 상황에 따라 수술적·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황 교수는 "자궁근종은 고강도집속초음파(HIFU)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 제거가 용이하고 자궁보존도 가능하며 마취·절개가 없어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며 "두 질환 모두 조기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치료뿐 아니라 임신 계획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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