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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핵핵’ 거리는 지구촌…동시다발적 분쟁에 곳곳서 핵위험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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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3. 11. 09. 06:00

UKRAINE-CRISIS/RUSSIA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규모 핵억제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두 개의 전쟁'이 현실화하며 전 세계 핵 충돌 위험이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전 세계는 냉전 이후 핵 확장 억제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고안해냈지만 전례 없는 안보 불안 속에 진영 간 핵 군비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지자 3년 만에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을 10초 이동했다. 이로써 지구 멸망을 나타내는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90초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핵 위협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상·하원은 지난달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통과시켰다. CTBT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조약으로 대기권, 우주공간, 지하 등 모든 장소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CTBT에 대해 "세계 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협약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러시아의 비준 철회로 약화된 전 세계의 핵 억제력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러시아는 CTBT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핵실험 금지 조약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준 철회 당일 대규모 육해공 핵 억지력 훈련을 실시하며 서방에 핵무력을 과시했다.
또 군사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 제공을 대가로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군사기술을 이전할 경우, 한반도 내 핵 위기 고조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발발하며 중동 지역에서도 핵 위기가 대두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전 미국은 이란에 수감된 자국인 석방을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있던 60억 달러(약 8조원)의 원유 수출 대금 동결 해제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며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대금을 재차 동결했다.

중동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은 더욱 멀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8월 기준 이란은 최대 60%까지 농축된 121.6㎏의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2주 안에 핵폭탄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핵무기까지 투입할 가능성은 현재 매우 낮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서방과의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최고경영자)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핵확장을 꼽았다. 다이먼 CEO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면서도 "하지만 100년 뒤 우리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후위기가 아니라 핵 확장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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