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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참정권 부여” 조례 만들었던 日쿠마모토…시민반대로 2개월만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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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도쿄 통신원

승인 : 2023. 07.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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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소재 구마모토 성 전경. /구마모토시 관광과 공식 홈페이지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시민에 대해 참정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던 구마모토시가 거센 반대여론에 2개월에 이를 철회했다. 일본 사회 특유의 배타성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5일 요미우리,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마모토시는 이날 지자체의 기본 규율을 정하는 기본 조례 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었던 '외국 국적의 시민을 포함한다'는 문구를 삭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마모토시 지난 1월 발표했던 올해 기본 조례 개정안에 "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역시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역발전에 기여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아 '시민의 정의'를 규정하는 항목에 '외국 국적을 가진 자도 포함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일본 국적을 가진 시민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최초이자 이례적인 사례로 꼽혔다.

구마모토시는 이처럼 파격적인 조례를 만들 만큼 외국인 이주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지역 내에 반도체 제조기업이 많아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10년간 3000명가량 늘었다. 구마모토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73만명의 시민 중 외국 국적을 가진 시민은 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던 구마모토시가 2개월 만에 참정권 부여 방침을 철회한 것은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대 여론이 예상 외에 거셌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시에 따르면 기본 조례 개정 방침을 발표한 후 2개월간 약 2000건의 반대 의견이 쇄도했고, 이 중 1315건은 다른 지역 주민들이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마모토시에 제기된 반대 의견 중에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들에게 참정권을 준다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투표를 조작할 것이다" "외국인들에 의해 구마모토시 점령 당할 것이다"라는 다소 황당무계한 주장들도 적지 않아 일본 사회 특유의 배타적 성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거센 반대에 부딪힌 구마모토시는 개정안 시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달 개최된 시의회에서 해당 항목 삭제를 결정했다. 구마모토시는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용인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이 이어진 것이 이번 조례 개정안 취소 결정의 원인이라고 밝히고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프닝에 대한 똑같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해 일본인들이 공개적으로 배척을 한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오랜 기간 다문화 인권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아케토 류지 오사카공립대 교수는 "차라리 시도하지 않느니만 못한 개정이었다"며 "어설프게 시도했다 취소함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일부 주민들의 배타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개정안을 수정하는 모양새가 구마모토시가 편가르기에 응한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며 "패쇄적이고 배타적인 일본의 정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은혜 도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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