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판정서 외부 공개·자가진단시스템 구축 등 추가
전문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기업 의무 지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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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침수됐었다는 정황이 확인돼 A씨는 벤츠 코리아에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벤츠 코리아 측은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에서 정의한 교환 및 환불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차량을 등록하고 주행했으니 취득세와 등록세, 감가상각비를 더해 1500만원을 지불하면 교환·환불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일명 '한국형 레몬법'에 의한 교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B씨 또한 지난 4월 아우디 A6에 긴급 제동 오류 문제가 생겨 서비스센터를 5차례나 방문했지만 대답을 기다리라는 답변만 듣고 무작정 기다리느라 레몬법 적용 시기를 놓쳐버렸다. B씨는 "서비스센터와 본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시기를 놓쳐 교환·환불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토교통부가 실질적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해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를 거쳐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지난 2019년 1월 1일 도입·시행된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는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중대하자 2회 이상 또는 일반 하자 3회 이상으로 같은 문제로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한 경우 교환 또는 환불받을 수 있다. 수리부터 먼저 받고 다음에 또 같은 문제가 나와야 차량 교환 혹은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형 레몬법 도입 이후 중재 신청은 2019년 79건, 2020년 668건, 2021년 707건, 2022년 310건(8월 31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환불 교환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형 레몬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신차 교환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요건 미충족 등으로 각하 또는 기각된 사례 3년간 858건에 달했다. 또 제도에 강제성이 없어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중재 판정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판정서 공개 시 부작용이 크다는 자동차 업계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부에서는 중재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기밀 유출과 블랙컨슈머의 악용 소지 등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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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내용은 △조정 제도 도입 △중재규정 수락(중재합의) 시기 일원화 △자가진단시스템 구축 △중재절차 대리인 제도 도입 △중재 판정사례 공개 등이다.
조정 제도 도입은 기존 중재 제도에서 최종 판정까지 장기간 소요되며 적극적인 합의안 제시가 불가한 점과 제도의 성격상 교환 또는 환불 판정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중재 이전 조정절차를 통해 신속히 분쟁을 해결하고, 교환·환불 판정 외에 보상, 수리 결정도 가능하도록 한다.
소비자가 교환·환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확인 없이 중재규정을 수락해 법원을 통한 권익 보호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우려가 있어 중재규정 수락 시기를 '중재를 신청할 때'로 일원화한다.
또 소비자가 중재 신청 이전에 교환·환불 요건 부합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신차 교환·환불 e만족시스템)에 '자가진단시스템'을 구축한다. 자동차관리법상 교환·환불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중재 절차를 개시할 수 있지만, 부합 여부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많아 그간 교환·환불 요건 미충족 등으로 각하 또는 기각된 사례가 858건(종료 사건의 48%)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중재절차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자동차 소유자 외 가족이나 대리인도 중재절차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밖에도 중재 판정사례를 공개해 중재제도에 대한 소비자 이해를 돕고, 소비자 알 권리 보장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조정제도 도입방안을 마련한 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도 레몬법의 맹점인 기업을 처벌할 근거가 빠졌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은 처음 도입될 때부터 미국처럼 '징벌적 과징금 부과'와 같은 조항이 없었는데, 이번 개정안도 미국 흉내만 낼 뿐, 강제성이 없고 권고 사항에 불과해 소비자에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레몬법은 자동차 결함에 대해 자동차 업체가 직접 밝히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공공기관에서 직접 조사해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데, 한국도 조사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이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회사가 천문학적인 벌금을 질 수 있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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