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00년 10월 24일 북한 평양에서 진행된 만찬 자리에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별세했다고 가족들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향년 84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가족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이날 새벽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고인은 빌 클린턴 미 행정부 1기(1993~1997) 때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냈고, 2기(1997~2001년) 때인 1997년 1월 첫 여성 국무장관에 취임해 2001년까지 4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했다.
특히 2000년 10월 23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면담은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백악관에서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면담한 후 올브라이트 당시 장관과 북·미 공동성명을 발표한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 직후 이뤄졌다.
Obit Al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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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00년 2월 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별세를 통보받았다며 고인이 블링컨 장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 많은 외교관의 멘토였다고 추모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 그리고 전 세계인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셔먼 부장관의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침략 전쟁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자신이 냉전 종식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옹호하고, 발칸반도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동맹의 개입을 촉구해온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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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00년 10월 17일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중동 정상회의에서 최종 성명을 발표하기 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말을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37년 신생 독립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체코 외교관 출신 부친 등 가족과 제2차 세계대전 후 1948년 미국에 이민, 1957년 시민권을 획득했다. 고인은 1959년 미 최고 여성 명문대인 웰즐리대학을 졸업했으며 1975년 컬럼비아대학에서 ‘프라하의 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폴란드계로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에드먼드 머스키의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카터 행정부 때 대학 은사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밑에서 NSC 의회 연락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