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簷日如年病起遲 처마 밑 해는 일 년 내내 한결 같은데 병든 몸 더디게 낫고
經春不作玩春詩 봄이 다 지나도록 봄을 생각하는 시를 못 지었네
園鶯喚我聲相近 꾀꼬리 소리는 나를 정원으로 불러 내 만춘을 즐기라 하니
萬樹花生豔景移 흐드러지게 만발한 꽃과 아름다운 봄을 글로 옮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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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동궁 시절부터 36년 동안 시 438수와 문 1258편 등 많은 시문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시는 국왕이 되기 이전에 224수, 즉위 이후에 214수를 지었다. 주변의 경물에 대한 감회를 표현하거나 서화나 지도, 책 등을 보고 지은 시, 역사와 고사를 읊거나 관리들에게 준 시, 궁중의 행사와 능행을 담거나 옛 시를 차운한 시 등 다양하게 집필했다.
‘모춘(暮春·늦은 봄)’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정조의 개인문집인 《홍재전서》 춘저록 1권에 수록된 것으로 지나가는 봄날의 잔상을 노래한 것이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처럼 많은 시를 남겼고 수준도 전문 시인 못지않았다.
이 시는 아름다운 봄이 저물어 가는데 몸은 아파 봄의 완상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아쉬움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병환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데 처마 밑으로 꾀꼬리 소리가 들려오고,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아름다운 봄꽃들이 얕은 바람에 저마다 춤추며 봄을 즐기고 있다. 훌훌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몇 발짝만 나가면 저물어 가는 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건만, 아픈 몸 때문에 텅 빈 방 안에서 멀어져 가는 봄 경치를 시 한 수로 대신하였다. 글/사진 이태훈. 에디터 박성일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