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북 미사일 발사 '레드라인' 시험"
"미 억제력 약화 신호탄, 오바마 행정부의 유약한 시리아·중국 대응"
|
닛케이는 러시아와 북한 등 미국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하고,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고 ‘선’을 넘는 권위주의 국가(강권국)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강한 태세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민주주의 진영의 각오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전쟁 수행 능력’이 있어도 이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상대국이 인식하지 않으면 억제력은 성립하지 않는데 역대 미국 행정부에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레드라인’ 시험 불구, 미국의 억제력 약화
실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경미한 침입(incursion)을 할 경우 약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가 러시아에 공격 허가(green light)를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다음날 “집결한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 침공”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한 본격적인 관여에 미국이 소극적이라고 보고, 당분간 도발과 외교 협상을 혼합해 미국을 계속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도 미국을 시험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미사일 발사를 7차례나 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미국령 괌을 사정거리 내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4년 만에 실시했다.
|
미국의 억제력 저하는 시리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한 원인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2012년 8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해 일반 시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드러나 미국이 설정한 ‘선’을 넘었지만 군사 공격을 미뤘고,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력 행사를 주저하는 미국의 본심을 간파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령 크리미아반도 강제병합으로 이어졌다. 이에 미국과 유럽 국가는 경제제재를 일부 시행했지만 러시아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 카드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이 엄격한 제재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러시아의 도발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
중국의 동·남중국해에서의 도발 행동 강화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 실패가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수용을 촉구하면서도 대중국 관계를 중시,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고, 2015년부터 시작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도 중국에 대해 수위를 낮춰 운용했다고 닛케이가 지난해 7월 보도했다.
닛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20년 7월 동남아시아 각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으로 전환해 군사 거점 건설에 관련한 중국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미국 안전보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판결이 났을 때 이 같은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우크라이나 정세를 지켜보고 향후 대만 대응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모호한 대응을 계속하면 중국에 대한 억제를 기대할 수 없어 미국·대만의 안보 환경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고 닛케이는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진영의 경제력과 군사력 비중이 떨어진 것도 억제력 약하의 주요 원인이다. 주요 7개국(G7)의 국방비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9%에서 2020년 52%로,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같은 기간 58%에서 44%로 각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