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강제착륙 관련 벨라루스 관리 제재"
벨라루스 대통령, 야권인사 체포 위해 전투기 동원해 민항기 강제착륙
백악관 "뻔뻔한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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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7개 회원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27개국 영공을 비행하고, 공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제제재안에 합의했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울러 EU 정상들은 모든 EU 거점 항공사에 대해 벨라루스 상공비행을 피하라고 촉구하고, 라이언에어 강제착륙에 관련된 벨라루스 관리들의 EU 내 자산 동결과 EU 입국 금지 등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EU 정상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그들이 전례가 없는 조처라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국가 테러리즘이나 해적 행위로 보고 있는 ‘공중 납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라고 요청했다고 AP는 전했다.
구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언론인이자 야권 활동가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비행하던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를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 정부는 여객기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 착륙시켰다고 주장했지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한 후 여객기의 비행을 허용해 스스로의 주장이 모순됨을 드러냈다.
EU 정상들은 이번 사건을 벨라루스 당국에 의한 항공 안전과 승객의 심각한 위험이라고 보고 ‘강력한 반응’으로 대응하기로 신속히 결정했다고 AP가 이날 정상회의에 정통한 EU 관계자를 인용해 설명했다.
영국과 독일·이탈리아는 이날 각각 자국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건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에게 전화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충격적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는 벨라루스 정권에 의한 국제 평화와 안전보장에 대한 뻔뻔스러운 모욕”이라며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국제적이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벨라루스 인사 88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