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불신...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30년 공백"
"일, 규제 많고, 백신 지원체제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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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9일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미 백신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미국·영국·중국·러시아뿐 아니라 베트남·인도에도 뒤지고 있다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닛케이가 분석한 ‘백신 패전’의 배경은 부작용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했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30년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수두·일본뇌염·백일해 등에 대한 일본 백신 기술력이 높아 미국 등에 기술 공여를 했다. 하지만 1992년 예방접종 부작용 소송에서 도쿄(東京)고등법원이 국가의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하면서 새로운 백신과 기술 개발이 거의 끊길 정도로 쇠퇴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판결에 따라 1994년 예방 접종법이 개정돼 접종이 ‘노력 의무’가 됐고, 그것이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보호자의 판단 등으로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울러 1996년 백신과 같은 생물학적제제(製劑)인 혈액제제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약품 사망 사건으로 후생성 생물제제과장이 체포돼 업무상과실치사로 유죄를 판결받은 것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구실이 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미국·유럽에서 개발된 백신이 수년에서 10년 이상 늦게 일본에서 승인되는 ‘백신 갭’이 생겼고, 일본에서 고령자 대상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처럼 후생상의 ‘특례 승인’은 해외 백신에만 적용되는 절차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처럼 일본 백신 개발이 멈춘 사이 미국은 2001년 탄저균 사건을 계기로 공중위생 위기 대응을 발전시켰고, 유사시에는 보건복지부(HHS)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하나가 돼 제약회사·연구기관과 제휴, 백신 개발자금 지원·임상시험·긴급사용 승인이라는 정책 톱니바퀴가 신속하게 잘 돌아간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치사율이 높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볼라 출혈열 등이 닥칠 때마다 새로운 백신이 나왔고,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의 백신 응용 연구는 20년 넘게 진행돼왔다.
백신은 감염이 확산하지 않으면 수요가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만으로는 하기 어려운데 일본에서는 개발지원·매입·비축 등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기술로 독감백신 개발에 도전했던 바이오기업 UMN제약은 공장건설에 100억엔(1026억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2017년 인가 신청이 기존 백신에 비해 ‘임상적 의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결국 자본잠식으로 대형 제약사 시오노기(염野義) 산하로 편입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나카야마 테츠오(中山哲夫) 기타사토(北里)대학 특임교수는 “백신 갭이 생기는 것은 정책 갭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연구자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 한 바이러스 학자는 “일본은 규제가 많은 반면 지원 체제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위험한 바이러스를 취급할 수 있는 실험 시설이 일본 내에 2곳밖에 없고, 이마저도 한곳은 주민들의 반대로 최근까지 가동되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백신 담당상을 임명했지만 ‘안제스’ ‘시오노기제약’ ‘다이이치산교’ 등이 개발 중인 백신의 승인은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위기관리라는 원점을 잃고 표류한 30년의 대가는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