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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특별한 크리스마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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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 12. 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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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석
특별한 크리스마스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캐롤(Carol, 2015년 작)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일반을 배반하고 있다.

대개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서사는 가족애와 화해의 정서로 마무리된다. 1843년에 발표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날 주인공 스크루지 앞에 죽은 동업자 말리가 나타난다. 그의 예언에 따라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망령을 만난다. 이후 회개한 스크루지 영감은 자신이 야박하게 대한 사서 크라칫에게 익명으로 칠면조를 선물하고, 조카 프레드를 찾아가 그의 가족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서구의 크리스마스는 우리 명절과 닮아있다.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그간의 어려운 날들을 뒤로 보내고 새로운 날을 기약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유럽인들에게도 가족과의 교류를 통한 화해의 정서는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크리스마스라는 장치를 통해 너무 가까이에 있어 피곤해진 관계를 정화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소원해진 관계 역시 승화시킨다.

성공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 홀로 집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통쾌한 액션 장르로도, 보는 이에 따라 호러물로 볼 수도 있는 이 영화 역시 가족이 부재한 빈집은 정글보다도 더 무서운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크리스마스 영화는 12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7번 방의 비밀’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일종의 판타지 영화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다. 척박한 소외의 공간 교도소에서조차 기어이 가족애를 꽃피운다. 마찬가지로 가족애가 그 중심에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 ‘캐롤’은 그 궤가 다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크리스마스 배경이 무색하게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가족은 해체된다. 가족주의는 이성애 중심주의가 맞닿을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동성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점이 ‘캐롤’이 기존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배반하고 전복을 시도하는 지점이다. 크리스마스 배경 영화에 뜬금없이 동성애 코드의 퀴어 영화라니? 당돌하기까지 한 시도가 아닐까 싶지만, 바로 여기에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있다.

주인공 테레즈와 캐롤은 백화점에서 점원과 손님으로 만나 서로의 끌림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잃어버린 장갑을 매개로 만남을 시도한다. 이후 그들은 서쪽으로의 여행에 동행한다. 부유한 상류층의 남편 하지와 이혼 조정 중인 캐롤은 테레즈와 관계 문제로 악화일로에 빠진다. 결국, 하나뿐인 딸의 양육권마저 남편에게 빼앗기게 된다.

영화는 모티브는 물론 플롯까지도 전복적이다. 로드무비의 전형인 두 명의 캐릭터가 떠나면서 반목하면서 닮아가며 그 끝을 같이하는 플롯의 전형을 해체한다. 그들의 여행은 중도에 포기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그들은 다시 헤어진다. 캐롤은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상류층의 호화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가구 무역상의 바이어가 된다. 한편 테레즈는 그가 원하던 사진기자가 되어 뉴욕 타임스에 근무하게 된다. 이제 각자의 삶에 충실할 뿐 그 어디에도 어설픈 봉합을 시도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렇게 그들이 주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영화의 엔딩에서 두 주인공은 재회한다. 하지만 화해의 정서로 읽히기보다는 각각 독립된 주체와 주체가 조우하는 장면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조우는 스쳐 지나감이고 화해의 변증법적 구조와는 다른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열기 때문에 그 결말은 열려있다.

‘코로나19’로 연말을 홀로 지내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우울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위로도 그 진심이 전달되기 어렵다. 그의 말일뿐 나의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주체로서 홀로서기에 대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영화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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