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릭슨·노키아 보복조치 가능성
WSJ "지정학적 다툼, 삼성에 큰 기회"
통신사 장비교체 꺼리고...유럽, 에릭슨·노키아 홈그라운드, 삼성에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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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잇따라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함에 따라 중국이 에릭슨과 노키아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면 삼성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의 5G 시장 점유율은 13%로 화웨이·에릭슨·노키아에 이어 4위다.
WSJ은 “서방이 중국과 5G 네트워크 장비를 놓고 벌인 싸움이 삼성에 기회를 줬다”며 “지정학적 다툼이 5G 통신장비 분야 세계 4
위인 삼성이 미래 성장의 기둥이라고 여기고 있는 이 분야에 가담할 커다란 기회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긴장이 고조될 경우 십자 포화에 걸리지 않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요 플레이어는 삼성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중국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외국 기업 총수 중 한명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등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은 중국에서 통신장비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과 중국 간 ‘장군 멍군’ 식 보복 조치의 피해를 받지 않고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한국 공장에서 5G 통신장비를 만들고 있다.
앞서 WSJ은 지난 20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5G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을 배제할 경우 중국도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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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등과 4건의 새로운 5G 통신장비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은 유럽의 몇몇 통신사들과 5G 등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일 영국 하원에 출석해 ‘영국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가 있으면 어디일지라도 우리는 제품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삼성이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스마트폰과 TV 판매가 부진하자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장비와 그것에 연결되는 모든 소비재를 판매하는 공급자를 선호할 것이라고 보고 통신장비 부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모바일 부문 매출에서 5%가량을 차지하지만 전문가들은 2021년에 그 비중이 두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삼성이 글로벌 통신 인프라 시장에서 비중을 높이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삼성이 2018년 5G 시장 점유율 20% 달성 목표 시점을 2019년으로 정하고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2020년 현재까지 13%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기존 장비가 차세대 통신과 호환이 되는 상황에서 고비용이 발생하는 장비 교체를 꺼리고 있어 기존 장비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기존 사업자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후발주자인 삼성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장애물이다.
또 유럽 시장의 경우 화웨이를 배제하더라도 에릭슨과 노키아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는 곳이어서 삼성의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