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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돌아온 초저유가시대… 5년전 무너졌던 정유·조선,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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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 김윤주 기자

승인 : 2020. 03.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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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유종, 20달러대 추락… 장기화 할 수도
2014년부터 유가 폭락, 정유·조선 '어닝 쇼크'
수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체질 개선 '성공적' 평가
코로나19 따른 수요 침체가 '관건'… 버텨야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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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간 치킨게임 속에 또다시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곤두박질 쳤다. 초저유가시대를 맞는 정유·조선업계는 5년 전 천문학적 적자 끝에 대규모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나선 바 있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수요 침체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글로벌 석유전문매체 오일 프라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서부 텍사스유(WTI)를 비롯한 3대 유종이 모두 배럴당 20달러대(한국시간 오후 3시 기준)로 떨어졌다. WTI는 26.37달러, 두바이유는 26.59달러, 브렌트유는 28.45달러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산유량을 123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장기 초저유가시대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5년전 어땠길래… 韓 정유·조선업 사상 유례 없는 ‘어닝 쇼크’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2014년 하반기 미국의 셰일오일을 견제하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의 증산으로 역사적 유례없는 초저유가 시대를 열었다. 2015년 내내 추락하던 유가는 2016년 초 20달러 초반대에서 바닥을 찍었다.

당시 1년여 사이 직격탄을 맞은 건 정유사와 조선사였다. 2014년 정유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에쓰오일은 34년 만에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체의 적자 폭이 조 단위를 넘었다. 사 놓은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이 급증한 탓이었다. 정유사들은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 일본의 지진해일과 원전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2011년 실적 잭팟을 터뜨리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조선산업도 사정이 비슷했다. 2014년 상반기만해도 조선사들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심해 시추를 원하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쇄도했고 조선3사는 앞다퉈 수주 경쟁을 벌였다. 포트폴리오를 중국의 추격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상선 대신 해양플랜트로 옮겨가겠다는 조선사들의 비전 발표가 쏟아졌다.

하지만 2014년 연말께부터 유가가 폭락하자 글로벌 오일사들의 해양플랜트 발주 취소와 인도 연기 요청이 시작됐다. 급기야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심해 해양플랜트인 탓에 설계 변경이 잦았고 결제대금을 마지막에 몰아 받는 헤비테일 방식의 미청구공사금액이 넘쳐나면서 조선3사의 3년간 손실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던 대우조선해양은 천문학적 ‘분식회계’를 고백하며 결국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채무 재조정을 채권단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 다시 ‘배럴당 20달러’, 학습효과 빛 볼까… 코로나19 추이가 ‘관건’
다시 초저유가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다행히 학습효과는 있었다. 수년간 매출이 줄었음에도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정유·조선업계 모두 불황에도 견뎌낼 수 있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돈 안되는 사업을 정리하는 다운사이징과 고정비를 줄이는 최적화 작업에 대한 평가다.

2016년 국제유가가 다시 안정화됐어도 정유사들은 신사업 찾기에 소홀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로의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에쓰오일 등 다른 정유사들도 서둘러 파라자일렌(PX)과 윤활유 등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해 갔다. 업체들은 ‘정유사’ 대신 ‘종합에너지화학회사’로 불러달라고 했고 화학사업 비중 확대를 사업 목표로 제시했다.

수년간 조선업계도 정부 주도의 고강도 조선사업 재편 시나리오에 따라 3사는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내다 팔고 유휴인력에 대한 정리해고에 착수했다. 조선인력 2만여 명이 단기간에 해직되며 현대중공업 본사가 자리한 울산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 등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정부 공적자금 지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표방하며 경영 정상화를 실현했고, 현재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추진되며 조선업 구조조정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최종 변수는 코로나19다. 5년 전 상황은 산유국 간 증산 경쟁으로 원유 공급이 넘쳤을 뿐이라,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점차 회복되는 양상이었다면, 이번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자체가 쪼그라들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하늘길이 막히고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항공유·선박유 수요가 크게 줄었고 외출까지 자제하면서 자동차 연료 소비도 부족하다. 1분기 정유사들의 적자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조선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부가가치 가스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교역량 자체가 줄면서, 예정됐던 노후 선박 교체수요 발생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염병이 급격히 확산 중인 유럽은 조선사들의 주 고객인 선주사들이 밀집해 있는 터라 발주 취소와 축소 등 악영향이 우려된다. 선박 단가 협상에서 선주들의 입김이 더 세질 것으로 보여 인상도 한동안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살아나던 해양플랜트 물량에 대한 기대감도 줄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역시 수요다. 원유 공급이 늘어도 수요만 견조하다만 정제마진은 좋아질 수 있다”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중국·동남아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불황에 견뎌낼 수 있는 체력과 경쟁력은 월등하기 때문에 위기를 넘기면 재편된 시장의 승자가 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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