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 정도 되면 간혹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먹으면서 식도락을 즐겨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부정한 돈으로 즐긴다고 비난을 사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조금 과하면 상황이 달라지게 되기는 한다. 이러니 공공장소에서는 몰라도 남의 눈이 보이지 않을 때 일반인들보다 못할 정도로 소박하게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주위에서 큰일 난다고 말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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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대만 총통이 8년 동안 점심으로 먹었다는 중싱볜당. 한국 돈으로 1800 원에 불과하다./제공=중궈칭녠바오.
이런 현실에서 내달 20일 자리에서 물러나는 마잉주(馬英九·66) 총통이 8년 동안 거의 매일 50 대만 달러(1800 원)에 불과한 점심 도시락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소탈하다는 평가를 넘어 아예 청렴에 대한 결벽증이 있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정말 본받아야 할 공복의 자세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듯하다.
중국 유력지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가 대만 롄허바오(聯合報)의 보도를 인용해 13일 전한 바에 따르면 그가 총통부에서 매일 먹었던 점심 도시락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중싱볜당(中興便當)으로 정확하게 반찬 세 가지와 채소 두 가지가 들어가 있다. 일반 대만 직장인들이 점심 때 먹는 최소 100 대만 달러짜리 식사와 비교하면 정확하게 절반 가격에 불과한 도시락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총통이라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이 거의 매일 먹어야 할 도시락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해외 순방이나 특별한 총통 일정이 없으면 늘 이 중싱볜당을 먹었다고 한다. 총통부 비서실에서도 알아서 그렇게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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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대만 총통과 부인 저우메이칭. 대만 정치인 중에서는 억만장자로 유명하나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다고 한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그는 하버드대학에 유학, 법학박사 학위를 땄을 정도로 집안의 경제력이 상당히 괜찮았다. 또 정치인 생활을 하면서 깨끗한 재산도 적지 않게 모았다. 본가와 처가로부터 적지 않은 재산 역시 물려받았다. 이로 인해 총통이 되기 이전에 이미 정치인들 중에도 손꼽히는 억만장자로 불렸다. 하지만 생활은 늘 검소하게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퍼스트레이디인 저우메이칭(周美靑·64) 여사가 항상 청바지에 수수한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다닌 것은 지금도 총통부 주위에서 자주 회자되는 미담으로 꼽히고 있다. 그 역시 그랬다. 사치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다. 그의 소박한 도시락 먹기는 아마도 이런 생활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보인다. 더불어 대만 정계가 비교적 깨끗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