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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순혈주의에 물든 포스코, 권오준 회장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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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15. 06. 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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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박병일 산업부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발 ‘항명논란’을 급하게 봉합했다.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는 하나의 해프닝이었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아플 만큼 아픈 상황일 것이다.

전 사장의 해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계열사간 갈등’ ‘항명’ ‘경영능력 한계’ 등 다양한 평가가 하루에도 수십건 씩 쏟아져 나오는데 아무리 호탕하고 담대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을 쉽게 흘려 보낼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권 회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대우인터 미얀마가스전 매각검토 문서유출→전병일 사장 반발→전병일 사장 해임검토→전병일 사장 사퇴거부→포스코 해임절차 부정’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권 회장에게 그 어떤 구조조정 노력보다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겨 줬다. 포항제철소로 시작된 47년의 역사를 가진 그룹 내부에 뿌리 깊은 ‘순혈주의’와 ‘상명하복’식 문화가 그것이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이미 권 회장도 포스코에 내제화 된 악습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그룹의 경영쇄신을 위해 발족한 비상경영쇄신위원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했던 문제가 ‘순혈주의’를 없애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전병일 항명 사태’는 쇄신위의 위원장인 권 회장이 자신도 모르게 순혈주의와 상명하복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재계 6위·시가총액 12위의 포스코이지만 47년동안 묵혀온 순혈주의 논리가 조직 곳곳에 녹아 있다는 단적인 증거기도 하다. 장기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피부에 난 상처만 치료하자고 나선 격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리더십은 강력함과 단호함이 필요하다. 다만 그런 의지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조직은 유연해 지기도 경직되기도 한다. 철을 만드는 회사라서 강력하면서 경직된 문화가 당연하다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권 회장 스스로도 창의성을 갖춘 유연함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있다. 신입사원들에게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인사치레가 아니라면 말이다.

‘전병일 항명 사태’에 대한 권 회장의 대처는 현명하지 못했다. 자기 스스로 ‘순혈주의’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바이러스 전파자가 됐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조직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아 내는 작업은 여타 대기업의 리더라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당연한 업무다. 다만 지금 포스코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외형적인 변화보다 내면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 인가다.

취임직후 조직을 슬림화 시키고, 직급체계와 보상체계를 바꾸는 등 경영학 책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온 권 회장이다. 이제는 인문학 책을 꺼내 들 때가 됐다.

포스코는 총수가 없는 10대그룹 내 유일한 기업이다. 재벌 총수 시스템의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포스코는 총수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들어준 롤 모델이다. 총수가 없기에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발현시킬 수 있다는 점은 어떤 기업보다 강점이 될 수 있다.

강철은 처음부터 딱딱하고 강한 것은 아니다. 늘어나고, 두드림을 당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유연함이 강함으로 변하는 것이 강철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유연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예다. 권 회장도 누구보다 이 진리를 잘 알고 있다.

권 회장 스스로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돼야 한다. 그것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라’식의 포스코의 어두운 부분을 해결하는 열쇠이자, 권 회장이 말하는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이루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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