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기업들 방산 주역 '우뚝'
최근엔 폴란드·캐나다 수주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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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이 출항하고 있다. /제공=해군 |
출발은 취약했다. 2000년 장보고Ⅱ 사업 당시 국산화율은 30%대에 머물렀고, 핵심 장비는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했다. 그러나 2018년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진수를 계기로 흐름이 뒤집혔다. 국산화율은 70% 후반대로 뛰었고, 장보고Ⅲ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80%를 돌파했다. 설계·건조·운용을 아우르는 독자 체계를 확보하며 '완성형 잠수함 국가'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이 변화는 곧바로 수출 시장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한국 잠수함은 '전력 자산'에서 '수출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 전선을 구축해 폴란드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수십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경쟁력의 뿌리는 소부장에 있다. 잠항 능력을 좌우하는 공기불요추진(AIP) 체계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는 독일 의존을 끊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잠항 기간은 기존 수일에서 2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수소 저장 기술 역시 세계 두 번째로 국산화되며 실전 적용 단계에 들어섰다.
'잠수함의 눈과 귀'인 소나 체계도 빠르게 자립화됐다. 탐지·추적·항법 기능을 통합한 음향 장비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며 핵심 전투 능력이 내재화되고 있다. 여기에 유체소음 저감 장치, 특수 체결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며 산업 생태계는 하청 구조를 넘어 기술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대기업은 이를 하나의 전력으로 묶고 있다. 조선·방산 기업 간 협업과 계열사 간 공동 연구개발, 중소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전략이다. 단순 건조를 넘어 전투체계 통합 역량 확보로 나아가는 흐름이다. 하지만 민수 조선은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다. LNG 운반선 건조 경쟁력은 세계 최고지만, 통합제어시스템(IAS)과 저장탱크 설계 등 핵심 원천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국산 기술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상용화 장벽을 넘지 못했다.
방산은 폐쇄형, 조선은 개방형 시장이라는 구조적 차이도 한계로 작용한다. 글로벌 선주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 선호가 강해 국산 신기술의 진입이 쉽지 않다. 특허 역시 국내에 집중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불리한 구조다. 결국 K-잠수함의 도약은 아직 진행형이다.
방산에서는 국산화와 수출이 선순환을 만들고 있지만, 민수 조선에서는 원천기술 확보라는 벽이 남아 있다. 바다는 이미 잡았다. 이제 승부는 설계와 시스템, '보이지 않는 기술'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